SBS ‘남겨진 미래, 남극’ 4부작… 친환경 원정대, 남극 5000km 횡단 도전기
입력 2011-05-13 17:59
한 탐험대가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스노모빌을 타고 남극대륙 횡단에 나섰다. 지구온난화의 바로미터인 남극대륙에서 ‘친환경 탐험’을 벌인 것이다.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겠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탐험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일단 날씨가 흐려 해가 구름 뒤로 숨으면 스노모빌 배터리를 충전할 방법이 없었다. 곳곳에서 출몰하는 사스투르기(눈이 바람에 깎여 요철이 심해진 지대)도 문제였다. 사스투르기를 지나면 온갖 부품이 고장 났다. 진종일 살을 할퀴는 혹한은 대원들의 사기를 꺾어놓았다. 과연 탐험대는 ‘하얀 정글’ 남극대륙 횡단에 성공했을까.
15일부터 SBS에서 방송되는 ‘남겨진 미래, 남극’은 이처럼 무모한 도전에 나선 탐험대의 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리다. 산악인 박영석(48) 대장이 이끄는 ‘SBS 그린 원정대’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 이들은 지난해 12월 19일 친환경 스노모빌인 ‘에코모빌’에 몸을 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정대는 절반의 성공만 거뒀다. 남극 패트리엇 힐 기지를 출발해 제2남극기지 예정지인 테러노바 베이까지 이어지는 5000㎞ 횡단엔 실패했지만 남극점 정복에는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남겨진 미래, 남극’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신언훈 SBS 부국장은 “녹색 기술로도 (남극 횡단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에코모빌을 만들어 탐험에 나섰는데, 막상 횡단을 시작하니 예상보다 훨씬 힘들었다”고 말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에코모빌’은 남극의 험준한 지형을 맞닥뜨리면 자주 고장 났다. 대원들은 그럴 때마다 1t(트레일러 포함)에 가까운 에코모빌을 직접 끌어야 했다. 남극점까지 가는 41일 중 20일 이상은 날씨가 흐렸다. 원정대는 자주 배터리 걱정을 해야 했다.
박 대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흐린 날이 계속되다 태양이 구름 밖으로 나오면 가던 길을 멈추고 솔라모듈(집광판)을 땅에 깔았어요. 이렇게 충전하느라 가만히 서서 4∼5시간씩 추위에 떠는 일도 많았죠. 제작진 원망 많이 했습니다(웃음).”
박 대장은 “남극대륙은 원래 눈이 잘 안 오는데 폭설이 내리는 등 탐험 기간 내내 날씨가 변화무쌍했다”며 “이는 지구의 기후 변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총 4부작인 ‘남겨진 미래, 남극’은 프롤로그 격인 1부에서 남극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동물의 모습을 주로 내보낸 뒤 2, 3부에서 이들의 탐험기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4부는 남극에서 활동하는 한국 과학자들의 활약상을 보여준다. 15일부터 4주간 매주 일요일 밤 11시에 방송된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