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로잡은 한국적 추상화… 화가 이두식 교수 베이징 국립미술관서 개인전
입력 2011-05-13 18:05
황사가 짙게 깔린 지난 11일 중국 베이징 국립미술관 전시장에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한·중 수교 19주년을 기념해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와 한국문화교류재단이 공동으로 마련한 서양화가 이두식(64·사진) 홍익대 교수의 ‘심상·풍경·축제’ 전시를 보기 위해서였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 2009년 이후 최근까지 작업한 19점을 내걸었다. 화려한 원색으로 ‘한국적 추상화’를 그리는 작가는 2008년 선양(瀋陽)의 루쉰(魯迅) 미술대 명예교수로 임명됐으며, 상하이시 정부로부터 10년간 무상으로 작업실을 제공받았다. 지난해에는 랴오닝성의 한·중미술교류 공로상을 수상하고, 최근 몇 년 동안 베이징과 선양 등지에서 잇따라 전시회를 여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교수와 중국미술관의 인연은 2003년 열린 제1회 베이징비엔날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술관은 외국작가의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그의 출품작을 사들여 화제를 모았다.
전시 개막식에서 만난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국립현대미술관에 해당되는 베이징 중국미술관은 초대전 심사가 엄격해 중국 미술인들에게는 ‘꿈의 전시장’으로 불리는데 이곳에서 개인전을 열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동양화 붓으로 강렬한 한국적 오방색을 화면에 옮긴 ‘잔칫날’ 시리즈와 천지인(天地人) 등 문자가 숨어있는 서예적 필치의 추상 작업이 관람객들을 사로잡았다.
붉고 노란 색채가 섞인 ‘축제’ 이미지가 그의 작품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지만 이번에 작가는 동양화의 수묵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흑백 톤의 ‘심상’과 ‘풍경’ 연작을 처음 선보인다. 그는 “너무 기름진 음식만 먹으면 자칫 입맛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면서 “화려한 색채도 좋지만 담백한 수묵의 맛도 가미해야 더욱 풍성한 식탁(그림)이 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중국의 원로화가 장첸지위에(중국유화학회 위원장)는 “심상을 동양적으로 이해하고 보여주는 추상표현주의 작품이 자연스럽게 중국인의 마음을 파고든다”면서 “색의 농담을 분명하게 다룰 줄 아는 세련된 표현과 그 안에 담긴 세밀한 감정이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20일까지 계속된다.
베이징=글·사진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