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땐 외환은행 인수 계약 파기 가능성

입력 2011-05-12 18:49


금융위원회,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심사 연기 파장

금융당국의 ‘변양호 신드롬’에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나금융은 론스타와의 계약연장을 검토하고 나섰지만 법원 최종 판단을 기다리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최악의 경우 파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파기될 경우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왜 판단 유보했나=금융위원회가 이날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판단을 다시 유보하고 나선 것은 최근까지 분위기를 보면 이례적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불확실한 상황을 오래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빠른 시간 내에 할 것”이라고 밝힌 지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제윤 금융위 부위원장은 외부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사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임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수시 적격성’을 판단하기 위한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판단에 금융위가 총대를 메기 싫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셈이다.

법원 판단이 내려지기 전에 결론을 내릴 경우 돌아올 비판의 예봉을 맞을 이유가 없다는 몸 사리기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수년을 끌어온 외환은행 헐값 매각 시비에서 드러난 이른바 변양호 신드롬이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위 측은 당장 결론을 내지 않더라도 금융권에서 나오고 있는 하나금융 경영위기론에 대해서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 일단 “계약 연장” 등 모든 방법 강구=그러나 하나금융엔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건이 장기화되면서 계약 무산에 대한 법률적 검토와 함께 론스타와의 계약 연장 협상도 병행키로 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은 그동안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외환은행 인수 심사는 별개 문제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사실상 이를 연결지어 심사키로 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론스타와 계약 연장 협상 여부를 타진해볼 것”이라며 “이와 함께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인수 승인을 받을 수 있는 법적인 구제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특히 금융당국이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의중을 밝힘에 따라 외환은행 인수 장기화에 따른 리스크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실시한 1조335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물론 인수자금에 대한 이자부담, 최악의 경우 계약 실패에 따른 투자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일단 론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 연장 계약을 체결한 뒤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에 대한 불만도 표출하고 있다. 법적 책임을 의식해 정책적 판단을 미루는 것을 빗댄 변양호 신드롬이 재현됐다는 내부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18일 무난히 인수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금융위가 갑작스럽게 보류 결정을 내려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역시 격렬한 후폭풍에 시달릴 전망이다. 이미 1분기에 전분기 대비 32%나 폭락한 1986억원의 저조한 당기순이익을 기록한데다 상당기간 주인이 불투명한 상황에 처할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동훈 강준구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