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해균 선장 주치의 아주대 의대 이국종 교수 “중증외상환자 치료 권역센터 꼭 필요”
입력 2011-05-12 19:44
“정부가 10년째 권역별 중증외상센터를 만들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습니다.”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의 주의치를 맡았던 아주대 의대 이국종(42) 교수는 12일 국내 중증외상 의료 환경을 개탄했다. 그는 서울 계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아주대에서 중증외상특성화센터 사업을 한다고 해 8년 만에 처음으로 전임의(펠로)를 받았는데 센터사업이 안 되면 모두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센터장을 맡고 있는 아주대 중증외상센터는 지난해 4월 중증외상특성화센터로 지정됐지만, 의료진 당직비 등에 쓰일 1억5000만원만 지원받았다.
이 교수는 중증외상센터가 투입 비용을 뽑을 수 없는 곳이라는 평가에 대해 “환자가 퇴원해 돈을 벌고 세금을 내는 것은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2010∼2012년 6000억원을 들여 전국에 중증외상센터 6곳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성이 낮다는 의견을 제시해 사실상 무산됐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예산을 낮춰 한 곳당 100억∼200억원씩 투자해 전국에 20개 센터를 순차적으로 짓자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실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부에서는 인력·시설 부족으로 놀고 있는 병원의 중환자실을 중증환자 치료병상으로 쓰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최근 격투기 선수 한 명을 수술했다. 바로 중환자실로 보내야 했는데 자리가 없어 응급실로 갔다”며 중증환자가 처한 의료 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응급환자 중 예방 가능한 사망률이 33%라고 하지만, 선진국 잣대를 들이대면 70∼80%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증외상 환자 치료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권역센터 설립을 주장했다. 환자 특성상 의료 인력과 시설은 한 곳에 집중돼야 하고, 실력 있는 의료진을 키우기 위해 많은 경험을 쌓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도 국제 시장에 나가면 보통의 전문의에 불과하다”며 선진국 의료진의 능력을 높이 샀다. 한편 이 교수는 “석 선장은 현재 언제든지 퇴원해도 좋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1995년 아주의대를 졸업하고 2003년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병원과 영국 로열런던대학 외상센터에서 외상의 수련을 받았다. 지난해 8월부터 아주대병원 중증외상특성화센터장을 맡고 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