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대 람보르기니가 자녀 통학車… 오리온 총수 일가 등 회사자금으로 외제차 굴려
입력 2011-05-12 18:37
부동산 허위·이중 매매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계열사 임원에게 급여 등을 주는 것처럼 가장해 거액을 빼돌린 오리온그룹 고위 경영진이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이중희)는 12일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조성을 총괄 지시하고 거액의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으로 그룹 전략담당 사장 조모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적시된 조씨의 범죄행위는 다양하다. 부동산을 허위로 거래해 비자금을 만들고, 계열사를 인수하면서 법인자금을 횡령하거나 회사 임원에게 월급과 퇴직금을 주는 방식으로 거액을 빼돌렸다. 조씨의 비자금, 횡령, 배임, 탈세액은 160억662만원에 달한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2006년 8월 중순 고급 빌라 ‘마크힐스’ 시행사인 E사와 짜고 209억여원짜리 부동산을 169억여원에 거래하는 것으로 위장해 비자금 40억원을 조성했다. 이후 평소 그룹과 빈번히 미술품을 거래하던 서미갤러리 계좌를 통해 이 돈을 받아 횡령하고 그해 법인세 10억원을 포탈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조씨가 그룹 계열사별로 외제 고급 차량을 매입 또는 리스하도록 할당하고, 그 차량을 오너 일가 등이 개인 용도에 쓰도록 한 사실도 드러났다. 조씨는 I사가 리스한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스포츠카, 포르쉐 카이엔 등 외제 고급 차량을 담철곤 회장 등에게 제공했다. 리스료와 보험료, 자동차세 등은 I사에게 물도록 해 회사에 5억7181만원의 손해를 입혔다. 담 회장은 차량을 자녀 통학 등 개인 용도로 무상 사용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조씨 역시 I사 명의로 빌린 포르쉐, 카레라, GT 등 외제 차량 3대를 무상으로 써 I사에 13억9981만원의 손해를 입혔다.
그룹의 주요 투자 업무를 맡아온 그는 이밖에도 2006∼2007년 그룹의 위장 계열사인 I사를 통해 중국법인 자회사 3개 업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회계장부를 조작, 자회사들의 법인자금 200만 달러(약 21억원)를 횡령했다. 또 중국법인 자회사가 I사에 지분을 헐값에 넘기도록 해 31억여원의 손해를 끼치고, I사 임직원들의 급여와 퇴직금을 준 것처럼 가장해 38억여원을 빼돌렸다. 그는 계열사인 건설업체 메가마크의 회사자금 6600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