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대합실서 연쇄폭발… 서울역·고속버스터미널 사물함 사제폭탄 ‘꽝꽝’

입력 2011-05-12 21:32


서울역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 물품보관함에서 사제폭탄에 의한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경찰은 비슷한 시간에 유사한 폭발이 일어난 점에 주목, 테러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12일 오전 11시7분쯤 서울 남영동 서울역 대합실 2번 출구 부근 21번 물품보관함에서 ‘지지직’ 하는 소리가 난 뒤 연기가 치솟았다. 근처에 있던 상인 윤모씨는 “전기가 합선된 듯한 소리가 났고 사물함 틈 사이로 하얀 연기가 새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물함 안에는 불에 반쯤 탄 등산용 가방이 있었다. 가방 안에는 부탄가스통과 전선, 배터리, 유리병조각, 타이머 등이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폭발물 제조 과정에서의 결함으로 화염이 작게 발생해 큰 폭발 없이 유리병만 깨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낮 12시2분쯤에는 반포동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대합실 43번 물품보관함에서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었다. 다행히 인근에 있던 방모(52)씨가 휴대용 소화기로 진화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폭발은 건물 8층에 있는 시민에게도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강력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관계자는 “연기가 8층까지 올라왔고 폭발음도 커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사물함 근처 상인 조모(60)씨는 “뻥 소리가 나더니 뿌연 연기가 통로 전체로 번졌다”며 “1층 전체가 연기로 뒤덮여 큰불이 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버스를 기다리던 승객들이 대피하면서 터미널에서는 혼란이 빚어졌다.

터미널 사물함에서도 서울역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부탄가스통, 전선 등이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부탄가스 위에 유리병을 올려놓아 병 안에 가스를 채운 뒤 전기 스파크를 일으켜 폭발시키는 방식”이라며 “범인이 정확한 폭발 시간을 계획해 타이머 장치도 설치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서울역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해 용의자 1명을 찾았다. 용의자는 오전 5시51분쯤 어두운색 상하의를 입고 벙거지 모자를 눌러쓴 채 서울역 대합실 물품보관함에 가방을 넣었다. 경찰은 고속버스터미널 사물함 근처의 CCTV에서는 용의자 모습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두 곳에서 비슷한 시간에 같은 방식의 폭발이 일어난 점으로 미뤄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연쇄폭발 사건이 일어나자 경찰은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하철역 등에 설치된 물품보관함을 일제히 수색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인근의 CCTV를 확보해 서울역 폭발범과 동일범에 의해 계획된 테러인지, 공범이 있는지 등을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