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영업정지 결정’ 유출 정황 포착… TF팀 조사 불가피
입력 2011-05-12 21:42
검찰이 금융감독 당국 심장부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부산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시점보다 20여일 앞서 영업정지 방침이 정해졌다고 공개한 것은 금융당국 고위층이 직접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수사, ‘기어 변속’=검찰은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방침이 정해진 날로 지난 1월 25일을 특정해 지목했다. 표면적인 수사 확대 대상은 1월 25일 이후 5000만원 이상 인출자지만, 초점은 금융당국에 맞춰져 있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됐던 정보는 담당 실무자도 접근하기 힘들었다. TF 멤버 중에 기밀 유출자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검찰은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로부터 “TF에서 부산저축은행을 영업정지 시키기로 잠정 방침을 정하되 유동성 상황이 악화되면 바로 조치에 들어가기로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매일 열리던 TF 회의 중 굳이 그날을 지목했고, 평소 공식 브리핑 외에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는 우병우 수사기획관이 직접 관련 내용을 공개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1월 25일 TF 회의 내용이 어떤 식으로든 유출되면서 부산저축은행 측도 급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정확한 실체 확인을 위해서라도 TF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각종 비리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곤경에 처한 금감원으로서는 고위 관계자가 정보 유출 당사자로 지목되는 것 자체가 치명상이 될 수 있다.
◇금감원, ‘8·8 클럽’ 조작 묵인했나=검찰은 금감원이 2009년 3월 부산저축은행의 거액 여신을 부실이 의심되는 여신으로 분류해 놓고도 이를 묵인해 ‘검사 지적사항’에서는 누락시켰던 사실을 확인, 경위를 파악 중이다. 당시 금감원의 지적이 반영됐다면 2008년 12월말 부산저축은행의 자산 안정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47%로 떨어져 우량저축은행 모임인 ‘8·8클럽’에 들지 못했다. BIS기준 자기자본비율 8% 이상, 고정이하여신비율 8% 이하의 저축은행들의 모임인 ‘8·8클럽’은 개별차주에 대해 80억원 이상을 대출해 줄 수 있는 특혜를 누린다.
그러나 금감원의 부실 감사 결과로 이 은행은 ‘8·8클럽’ 신분을 계속 유지하며 우량저축은행임을 내세워 2009년 1분기(1∼3월) 290억원대, 2분기(4∼6월) 300억원대 후순위채 발행에 성공했다. 특히 부산저축은행은 위험도 높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기준인 30%보다 훨씬 높은 70%까지 높여놨지만 금감원은 이에 대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