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증권사들, 금감원 출신 감사 줄줄이 재선임
입력 2011-05-12 21:43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 감사직을 금감원 출신이 맡지 못하도록 했으나 당사자들은 ‘쇠귀에 경 읽기’다. 이런 방침이 발표된 지 일주일도 안 돼 일부 금감원 출신들이 증권사 감사직 연임도 불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신영증권, 현대증권에 이어 동부증권도 금감원 출신 감사를 재선임하기로 했다.
동부증권은 오는 27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김진환 상근 감사위원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고 12일 공시했다. 김 감사는 금감원 분쟁조정국 팀장, 회계제도실 팀장 등을 지냈다.
증권사들이 금감원 출신 감사를 줄줄이 재선임한 것은 여론보다는 실리를 택하겠다는 셈법으로 풀이된다. 여론의 뭇매는 잠깐일 뿐 정기검사 등이 닥쳤을 때 ‘방패막이’로 활용하는 편이 낫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해당 증권사들은 순수하게 업무의 전문성만 따져 금감원 출신을 영입했다고 항변한다.
동부증권 관계자는 “재임 기간에 실무를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재무회계 전문가여서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낙하산 논란보다는 실무 쪽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이달 감사임기 만료를 앞둔 일부 증권사는 금융감독원 출신 감사 재선임 여부를 결정하지 못해 이사회 일정을 미루며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 한화증권은 이달 말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날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올해 임기가 만료하는 금감원 출신 감사를 바꿀 것인지를 확정하지 못해 이사회를 연기했다. SK증권도 이날 이사회에서 감사 선임 건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다음 주 이사회를 다시 열기로 했다. NH투자증권도 금감원 출신 감사 교체 문제로 이사회를 다음 달로 늦췄다.
한편 금감원 직원과 저축은행 간 악취 나는 유착 비리 백태가 검찰 수사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금감원 직원들은 기발한 방식으로 이득을 챙겼다. 금감원 부국장(2급) 정모씨는 보해저축은행의 각종 불법을 눈감아주고 4000만원 상당의 새 그랜저 승용차를 받은 혐의로 최근 광주지검에 구속됐다. 금감원 검사역(3급) 김모씨는 보해저축은행이 회사 차량으로 쓰던 중고 그랜저 승용차를 시가 1500만원보다 싼 900만원에 넘겨받았다. 2008년부터 2년간 금감원 저축은행서비스국에서 저축은행 검사팀장(2급)으로 재직했던 이모씨는 지난해 초 부산저축은행 측에 “감사원 감사가 곧 있을 것 같으니 잘 감춰야 한다”며 감사 중점 사항이 적힌 기밀문서까지 전해준 혐의가 드러나 대검 중수부에 구속됐다.
이동훈 이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