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C유를 휘발유로… 정유사 ‘지상유전’ 경쟁 치열
입력 2011-05-12 18:28
정유사들의 ‘고도화설비’ 증설이 잇따르고 있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가 대표적이다. 고도화설비는 원유 정제 시 대량 생산되는 벙커C유 등 중질유를 분해해 휘발유와 등·경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바꿔주는 시설(중질유 분해시설)을 말한다. 값싼 찌꺼기 기름에서 고가의 석유제품을 뽑아내는 설비라는 점에서 ‘지상유전’으로도 불린다.
GS칼텍스는 12일 전남 여수 공장에서 ‘제3중질유 분해시설’ 준공식 겸 ‘제4중질유 분해시설’ 기공식을 가졌다. 지난해 12월부터 완전 가동에 들어간 제3중질유 분해시설은 중질유인 벙커C유보다 값이 더 싼 초중질유에 수소를 첨가, 등·경유 같은 경질유를 만드는 설비로 총 2조2000억원이 투입됐다. 하루 평균 생산량은 6만 배럴 규모이며, 아시아에서는 처음 도입되는 설비다.
특히 2013년에 제4중질유 분해시설이 완공되면 GS칼텍스는 국내 정유사 가운데 최대 고도화능력(26만8000배럴·1일 기준)을 갖추게 된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제4중질유 분해시설이 완공되면 석유제품 수출액이 270억 달러로 지난해(170억 달러)보다 6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오일뱅크도 올 하반기 준공 예정인 충남 대산 공장의 2차 고도화설비를 이번 주부터 상업 가동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2차 설비를 통해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과 연평균 15% 이상의 수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이들 정유사가 고도화설비 투자에 매달리는 이유는 휘발유 및 등·경유 등 경질유 제품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벙커C유 등 중질유 수요가 감소하는, 즉 석유제품의 수요 변화 때문이다. 하지만 2차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및 자원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2000년대 초반까지 고도화설비를 갖춘 에쓰오일은 경쟁 구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한국석유협회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의 고도화시설 비중은 GS칼텍스가 28.3%로 가장 높고, 에쓰오일(25.5%), 현대오일뱅크(17.7%), SK이노베이션(15.4%) 등 순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