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 밀수혐의’ 前코트디부아르 대사… 교민들 “청와대 선물용으로 사들였다”
입력 2011-05-12 21:36
상아를 밀수하다 적발된 박모 전 코트디부아르 대사가 청와대 선물용으로 쓰기 위해 교민들의 장식용 상아까지 사들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관세청도 코트디부아르 내무장관 부인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것인데 현지 직원 실수로 이삿짐에 들어갔다는 당초 박 전 대사의 해명에 신빙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관세청은 다음 주 중 박 전 대사를 밀수출입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12일 본보가 입수한 코트디부아르 교민 A씨가 국내 한 시민단체에 제보한 지난 3월 14일자 이메일에 따르면, 박 전 대사 측은 일부 친하게 지내던 교민들과 함께 이삿짐을 정리하던 중 상아가 들어간 나무상자에 대해 교민들이 “괜찮냐”고 묻자 “청와대에 줄을 서기 위해 준비해 가는 것이니 괜찮다”고 말했다. 제보자는 또 코트디부아르 현지에서도 상아 가격이 폭등해 구하기 힘든데 박 전 대사 측이 ‘싹쓸이’를 했으며 교민들이 오래전부터 장식품으로 구입해 보관 중이던 상아까지 비싼 가격을 치르고 사들였다고 주장했다.
A씨는 본보와 통화에서 “이사 직전 박 전 대사 부인이 친한 교민 몇몇과 상아 시장을 돌아다니며 상아를 구입했고, 교민 가정에 있는 상아 2세트를 250만세티(5000달러)에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관세청은 지난 6일 박 전 대사를 소환조사한 데 이어 11일 박 전 대사의 부인을 조사했다. 박 전 대사는 교민들로부터 상아를 사들였다는 제보 내용을 부인했다. 그러나 당초 내무장관 부인에게 선물 받았다는 해명과 달리 “내전 상황에서 장관 부인이 잠시 맡아 달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 관계자는 “박 전 대사 측의 해명이 계속 바뀌고 있다”며 “여러 정황상 박 전 대사 부부가 상아 밀수를 몰랐을 가능성이 적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관세청 조사결과 상아는 나무 및 종이상자 14개에 나뉘어 들어가 있었는데, 상자 표면에는 박 전 대사 부인 필적으로 ‘의류’ ‘책’ 등의 글자가 적혀 있었다. 또 다른 짐 속에 은밀히 감춰져 있는 것으로 볼 때 의도적으로 유출했을 가능성이 높다.
본보는 박 전 대사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외교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박 전 대사는 관세청 조사에서 A씨가 제기한 이 같은 의혹이 사실무근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