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나라당 소장파, 정체성 잃지 말라
입력 2011-05-12 18:16
한나라당 내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소장파 의원들이 11일 ‘새로운 한나라’라는 쇄신모임을 출범시켰다. 창립 멤버 44명의 면면이 매우 다채롭다. 주류, 비주류를 포함해 중립 성향의 인사, 잠재적 대권주자들로 거명되는 이들의 대리인들까지도 참여하고 있다. 4·27 재보선 패배 이후 한나라당에 휘몰아치고 있는 이 개혁의 돌풍 속에서 마치 이 모임에 끼지 못하면 ‘불출’이 될 것 같은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럼에도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한나라당의 개혁 방향은 옳다. 그런 만큼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 소장파 의원들이 그동안 독주했던 주류의 힘을 약화시키고 개혁을 추동하는 모습은 국민들이 보기에도 참 신선하다. 국민이 지지를 보내는 것은 소통의 화두를 안고 있으면서도 당·정·청 상호간은 물론 국민과도 불통해 온 친이계 주류에 대한 실망 때문이었다.
‘새로운 한나라’는 향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새롭게 형성되는 당내 정치 역학 구도 속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면면을 볼 때 동상이몽(同床異夢)의 가능성도 크지만 한나라당의 현 정치구도와 질서를 바꿔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소장파들이 추구하는 개혁에는 대체로 동의하나 몇 가지 우려되는 점도 있다. ‘개혁’에 몰두해 중요한 가치들을 소홀히 하거나 훼손할까 걱정이 된다. 개혁을 마치 모든 것을 바꾸고 둘러엎는 것으로 생각해 한나라당이 지켜야 할 보수적 가치들을 모두 부정할까 우려된다. 또 하나 유권자만을 의식해 국가 장래를 도외시한 포퓰리즘 정치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소장파들이 가장 유념해야 할 것은 한나라당 존재 이유인 보수적 가치와 정체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보수인 한나라당과 진보인 민주당이 추구하는 이념이 다르듯 경제, 교육, 복지, 국방, 통일 등 각 분야의 정책에서 분명하고도 확실한 보수적 가치를 바탕으로 한 차별화를 이뤄내야지 어설픈 진보를 흉내 내다가는 전통적 지지층으로부터도 따돌림 당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