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덴만 영웅’이 치료비로 곤경 처해서야
입력 2011-05-12 18:18
지난 1월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구출 과정에서 중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이 병원비로 어려움에 처했다고 한다. 아주대병원에서 치료 중인 석 선장의 병원비는 지난 1월 29일 이후 지금까지 1억7500만원에 달하며 앞으로 남은 정형외과 수술과 재활치료까지 합치면 2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병원 측은 장기입원 환자에 대한 규정을 들어 병원비 중간정산을 요구하고 있으나 돈 낼 사람이 없는 게 문제다.
사리를 따진다면 석 선장이 소속된 삼호해운 측이 병원비를 부담하는 것이 맞다. 회사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던 중에 당한 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회사가 현재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어 1000만원 이상의 돈을 지출하려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보험금을 받을 수도 있지만 보험사는 사후지급이 원칙이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1000억원 이상의 홍보효과를 올렸다고 자랑한 아주대병원 측이 진료비를 부담하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으나 이는 온당치 않다. 이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이국종 박사가 멀리 예멘까지 날아가 치명상을 입은 석 선장을 무사히 살려낸 것만으로도 소임을 충실히 이행했기 때문이다. 홍보효과를 수익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모금운동은 명분도 그렇거니와 시기적으로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이럴 때는 원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삼호해운 측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석 선장의 병원비를 우선 지불하는 것이다. 아무리 법정관리 중이라 해도 직원의 치료비를 내는 것이 우선순위 아니겠는가. 다만 이 과정에서 법적 혹은 재정적 난관에 봉착할 경우 정부가 적절한 대책을 모색할 수 있겠다. 아무리 민간인이지만 우리 군의 군사작전에 함께 참여한 신분이고. 이명박 대통령이 병원 측에 “모든 편의를 제공하라”거나, “꼭 살려내라”고 당부한 적이 있기에 그에 따른 합당한 지불 방식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민들의 자긍심을 한껏 고취시킨 ‘아덴만의 영웅’이 치료비 문제로 험한 꼴을 당하지 않고 건강한 모습으로 병상에서 내려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