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경험 담긴 ‘문화재청장 답사기’

입력 2011-05-12 17:39


나의 문화유산답사기1~6/유홍준/창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권 ‘인생도처유상수’가 개정판 답사기 1∼5권과 함께 출간됐다. 신참과 프로를 막론하고 넘치는 게 답사기에 여행기라지만 원조를 만나는 기쁨은 남다르다.

신작 6권에 담긴 건 경복궁, 순천 선암사, 거창·합천, 부여·논산·보령 답사기 14꼭지. 조만간 나올 7권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에는 그간 ‘우리 동네만 소홀히 한다’는 불만이 자자했던 제주의 문화유적을 온전히 담을 계획이다. 1∼6권을 모두 합치면 무려 2500여 쪽. 1권 월출산에서 6권 무량사까지 길고긴 국토대장정은 독서여행으로도 결코 짧지 않다. 알고 읽으면 유용할 독서지침 두 가지.

①미술평론가에서 전 문화재청장으로

무명의 미술평론가였던 저자 유홍준은 6권의 책을 내는 동안 문화재청장을 거쳐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 직함까지 달았다. 같은 저자의 달라진 타이틀은 내용에 드러났다.

6권에는 ‘공무원 답사기’라는 부제가 붙어도 좋을 만큼 4년 문화재청장 시절의 경험과 소회가 많이 담겼다. 인공호수인 경복궁 경회루의 연못은 강제 순환장치 없이 저절로 흐른다. 저자 스스로 “문화재청장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것”이라는 1급 정보다. 문화재청은 세종문화회관 경복궁과 이어지는 광화문광장을 만들자는 안을 내놓았는데, 왜 광장이 왕복 10차선 도로에 갇힌 ‘섬’이 되었는지도 ‘경복궁4’를 보면 알게 된다.

고궁 개방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그간 참았던 말을 쏟아냈다. 유 전 청장은 2004년 경회루에서 국제검사협회 연례총회 만찬을, 이듬해 창경궁 명정전에서 국제철강협회 총회 만찬을 열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목조건축은 사람이 사용할 때만 생명을 유지한다. 활용의 측면이 아니라 보존을 위해서도 문화재는 개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때 결정이 옳았다는 항변이다.

②달라진 걸 찾아라...숨은 그림 찾기

개정판의 외관은 제법 바뀌었다. 본문의 흑백사진이 컬러로 대체되고 본문 활자는 살짝 커졌다. 저자가 “완전히 새로 썼다”고 털어놓은 지역은 양양 낙산사이다. 낙산사는 2005년 4월 5일 대형산불에 보물 제479호 낙산사동종까지 녹아버렸다. 그가 청장으로 재직하던 때였다. 4년 뒤 복원이 마무리된 낙산사에 다녀온 유 전 청장은 ‘양양 낙산사를 생각하면 나는 회한이 가득하다’로 시작하는 슬픈 답사기를 남겼다. 아쉽게도, 역시 청장 시절 화재로 소실된 국보 1호 숭례문에 대한 언급은 없다. “언젠가 말할 때가 올 거다”는 게 저자 생각이다.

도피안사 철조 비로자나불상의 변신(2권)은 독자가 꼭 알아챘으면 바라는 변화. 문화재청장이 된 뒤 제일 먼저 한 게 비로자나불상의 천박한 금박을 벗기는 일이었다. 원래의 철조로 돌아온 사진이 옛 사진 2장과 함께 실렸다. 청도 운문사(2권)에 실린 색색의 양치 컵 사진도 자랑이다. 이제는 사라져서 오직 이 책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풍경이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