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라봉? 김제로 북상!… 한반도 기온상승 세계 평균의 2배 작물 재배지 급변
입력 2011-05-12 18:41
제주도에서 자라던 한라봉이 전북 김제까지 북상했다. 무화과는 충북 충주, 포도는 강원 영월, 녹차는 강원 고성까지 치고 올라왔다. 1980년대 사과 주산지는 대구였지만 경기도 포천까지 북상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대구의 사과 재배지는 75%나 줄었다. 대구보다 위도가 1도 가량 높은 경북 청송은 사과 재배면적이 210%나 증가했다. 한반도가 더워지면서 농작물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12일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08년까지 지난 100년 동안 우리나라 6대 도시의 평균 기온은 1.7도 상승했다. 세계 평균 상승폭(0.74도)의 배가 넘는다. 농식품부는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2100년 세계 기온은 2.7도 상승하는 반면 한국은 4.2도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평균 기온이 2도 상승하면 벼 수확량은 4.4% 줄어든다. 사과 재배면적은 현재보다 43%, 고랭지 배추는 70% 이상 감소한다. 감귤은 경남 평야지대에서 재배가 가능해지고, 아열대 작물인 아보카도 등은 재배가능 면적이 4배 정도 증가한다.
이미 변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온난화로 여름철 채소의 주산지인 고랭지 채소 재배 면적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고랭지 무 재배면적은 2001년 4017㏊에서 2007년 2596㏊로 감소했다. 고랭지 배추도 같은 기간 1만234㏊에서 6311㏊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2020년에는 한반도의 아열대 기후지역이 전국 경지면적의 17%로 늘어날 것으로 농진청은 전망했다.
농식품부 강현석 녹색미래전략과장은 “기후변화는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기온 상승으로 배추 무름병이 발생해 고랭지 배추 생산량은 평년(25만2000t) 대비 40%나 줄어든 15만1000t에 그쳤는데 이 때문에 배추 값이 포기당 만원까지 치솟은 것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2011∼2020년)을 세워 2020년까지 농업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존 전망치보다 35% 줄이고, 산림분야 온실가스 흡수량은 기존 예상치보다 6% 늘리기로 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