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도시 재개발에 따른 지역과 교회 문제’ 간담회… “한국교회, 공의로움 실천할 때”
입력 2011-05-12 17:48
한 지역에 재개발이 추진된다. 어느 교회는 일찌감치 인근 좋은 부지를 확보하고 현대식 예배당을 건축, 대형교회로의 도약을 준비한다. 어떤 교회는 시행사와의 발 빠른 교섭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아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다. 또 다른 교회는 삶의 터전에서 억울하게 쫓겨나게 된 세입자, 영세 상인들의 고통을 나누고 돕는 일에 나선다. 과연 ‘공의의 하나님’이 원하는 교회의 역할은 무엇일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12일 오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개최한 ‘도시 재개발에 따른 지역과 교회 문제’ 간담회에서는 ‘주거의 권리’가 왜 기본적인 인권이며, 교회가 이를 지키는 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먼저 협성대 기독교윤리 전공 홍순원 교수는 구약의 ‘희년법’을 바탕으로 토지와 가옥을 통한 이윤 추구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50년마다 돌아오는 희년에 땅에서 쫓겨났던 사람은 그 땅을 다시 찾고, 집을 팔았던 사람도 돌려받게 한다는 이 법의 의도를 홍 교수는 “가족의 와해를 막고 가난한 자들에게도 최소한의 기초적 삶을 보장해 주려는 것”이라면서 ‘주거권’의 성경적 근거를 제시했다.
다음으로 재개발 지역에서 오래 사역해 온 목회자들이 왜 도시 재개발이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권에 치명적인지를 증언했다. 서울 삼양동 돌산교회 김석훈 목사는 강북 지역에서 수십년 진행돼 온 재개발과 강제철거, 빈민투쟁 등의 역사를 전한 뒤 “재개발은 가난한 사람들이 수십년간 이뤄낸 삶의 자리와 공동체를 파괴하고 인간관계를 절단하는 지역해체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1998년부터 교회와 봉사관을 통해 무료급식, 가정상담, 지역아동센터, 자활자립터 등을 운영해 온 경기도 부천 이웃사랑교회 박덕기 목사도 현재 재개발이 진행 중인 인근 세입자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전했다. 박 목사는 교회 봉사관도 개발자의 횡포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토로하면서 “뉴타운 재개발 정책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개발 피해상담 전문가인 나눔과미래 이주원 사무국장은 “2000년대 들어서 시작된 뉴타운 사업은 소수의 대형교회를 제외한 다수의 작은 교회들에 엄청난 재앙”이라면서 “사실상 임대교회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을 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교회들은 더 많은 보상을 위한 법 개정보다 한층 근본적인 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공동체를 보존, 유지하면서 주거 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방향의 ‘한국형 마을 만들기’의 비전을 제시해야 지역도 살고 교회도 살 수 있다는 제안이다.
안양빛된교회 배지용 목사도 “교회는 재개발의 문제 속에서 교회 자체보다 지역주민의 문제를 우선에 둬야 한다”면서 “한 지역과 개인의 문제가 아니므로 NCCK와 교단들이 관심을 가지고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