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권 펴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청장 지낸 후엔 글쓰기 신중해졌어요”
입력 2011-05-11 09:40
18년 전 첫 권이 출간되면서 답사라는 미답 영역을 개척하고 밀리언셀러 인문교양서 시장을 열었던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비).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62)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가 북한편인 ‘다시 금강을 예찬하다’를 낸 지 10년 만에 6권 ‘인생도처유상수’를 출간했다. 신작과 함께 기존 1∼5권도 유적의 변화를 반영하고 오류를 수정해 재출간했다.
1권과 6권 사이에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책의 인기는 여전하다. 1주일 넘게 예약판매를 받은 출판사 창비에는 사전주문이 벌써 3000건이나 들어왔다. 서점 반응도 좋아서 6권의 경우, 초판 5만부를 찍자마자 2쇄 2만부를 추가로 찍었다. 새로 제작한 1∼5권 2만질도 함께 배포한 상태여서 총 17만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서점에 깔려 있는 셈이 됐다. 신정아의 폭로성 에세이 ‘4001’이 논란 속에 초판 5만부를 찍었으니 인문교양서로는 대단한 투자다. 출판사 관계자는 “모험이라기보다 서점의 요구가 그 정도였다. 워낙 폭발력 있는 저자”라고 말했다. 1∼5권은 그간 260만권이 팔렸다.
유 전 청장은 1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책을 내면서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완전히 책 여섯 권을 새로 쓰는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책에 사인 받아가는 청소년 독자에게 물어보니 다 ‘엄마가 받아오라고 했다’고 하더라(웃음). 어떤 독자에게는 (내 책을 읽는 게) 최남선의 ‘심춘순례’(육당이 1926년 쓴 남도기행문)를 읽는 기분일 겁니다. 그래도 18년 전에 쓴 책이 지금도 읽힌다는 게 고맙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요. 6권으로 시즌2를 시작한 셈인 건데 그동안 마음의 빚을 지고 있던 제주, 충북 등이 많이 들어가게 될 겁니다. 앞으로 몇 권이 더 나올지는 저도 써봐야 알 것 같습니다.”
1∼5권 개정판의 경우, 지명은 현재를 따르되 바뀐 여정은 뒤에 새로 붙였다. 문화재청장 시절 불타버린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 부분처럼 상황이 너무 많이 달라진 곳은 아예 새로 썼다. 동네 주민들이 편지로 알려준 시시콜콜한 오류도 전부 잡았다. 사진도 추가해 6권 전체에 1000장 안팎이 들어갔다. 대부분 직접 찍은 것이다.
6권은 서울 경복궁과 부여에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살고 있는 ‘휴휴당’ 얘기도 시시콜콜 공개했다. 경복궁에 집중한 이유에 대해서는 “청장 시절 경험과 ‘자금성 화장실 같다’는 일반의 인식이 안타까워 많이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복궁 얘기의 상당 부분은 청장 시절 사연이다.
그는 “예전에 답사기 쓸 때는 문화재청은 뭐하느냐, 왜 이따위냐, 이 한 마디면 됐는데 청장을 한 뒤에는 일이 복잡해졌다. 뭐가 문제인지, 청장 시절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했는지, 남은 문제와 개선책은 뭔지까지 다 얘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농담으로 ‘나의 공무원 답사기’를 쓰겠다고 했는데(웃음), 이 책 속에 그런 이야기가 녹아 있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