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산모폐렴 원인 못찾아… 유행병 아니다”
입력 2011-05-11 18:39
질병관리본부는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입원한 정체불명의 폐질환 환자로부터 채취한 시료를 검사했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11일 밝혔다. 그러나 지역사회에 급속히 퍼지거나 산모 등 특정 계층에 국한돼 발병하는 유행병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병원의 중증 폐렴 환자 8명 중 지난달 입원한 6명으로부터 채취한 시료를 계절 독감 등 11가지 바이러스와 9가지 세균과 대조했다. 그중 1명에게서 보통의 감기 바이러스인 아데노바이러스 53형이 검출됐다. 나머지 5명으로부터는 병원체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아데노바이러스는 이번 폐렴의 양상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은 “아데노바이러스가 유전자 변형을 일으켰는지 추가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환자 중 대다수가 산모였던 이번 폐렴을 과거에도 원인 찾기에 실패한 ‘급성간질성 폐렴’이라고 설명했다. 급성간질성 폐렴은 가벼운 감기 증상에서 시작했지만 갑자기 상태가 악화돼 폐 조직이 망가지는 병을 말한다. 2006년 두 살 안팎의 유아 15명이 급성간질성 폐렴 증상을 보여 7명(47%)이 사망했다. 환자에게서 다양한 바이러스가 검출됐지만 정확한 원인은 가려내지 못했다.
양 센터장은 “병원체가 분리되지 않을 경우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환자가 복용한 약물과 식품을 조사하겠다”며 “그러나 환자의 거주지가 모두 다르고 산모만 발병하지는 않았으며 환자 주변인 중 발병된 사례도 없어 전국적으로 유행할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번 폐렴 증상이 유행성이 없다고 판단해 향후 정밀 검사는 해당 병원에 맡길 방침이다. 양 센터장은 “질병관리본부는 병원의 조사를 적극 지원하고, 이달 말까지 전국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중증 폐렴 산모 환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최종 분석 결과는 8주 정도 지나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지금까지의 감염 패턴으로 볼 때 이번 질환이 유행성 전염병 수준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아데노바이러스 53형은 감기를 일으키는 흔한 바이러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환자 6명 중 1명에게서만 아데노바이러스가 확인된 상황에서 이 바이러스를 공통된 발병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어렵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적어도 2명 이상에게서 아데노바이러스가 발견됐다면 원인으로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선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현 민태원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