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베를린 선언은 실현 불가능한 쇼” 맹비난
입력 2011-05-11 18:36
민주당이 11일 이명박 대통령의 이른바 ‘베를린 선언’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공허한 ‘쇼’라는 거친 표현도 등장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할 경우 내년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할 용의가 있다는 이 대통령의 9일 제안에 대해 “여우에게 호리병을, 두루미에게 접시를 내놓는 것”이라며 진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번 베를린 선언은 보여주기 위한 쇼로, 11년 전 베를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족 문제의 자주적 해결을 위해 내놓은 것과 크기와 깊이, 진정성 면에서 너무나 대조된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1차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지만 이번 제안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정세균 최고위원도 “이 문제를 놓고 남북 간에 비공식적으로라도 의견 교환이나 협의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며 “대통령 혼자 이런 제안이 실현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면 민족 존망이 걸린 남북관계에 대한 상황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 회복과 북핵문제 해결의 유일한 방법은 대북정책의 전환이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이 그 마지막 기회”라며 대북식량 지원을 촉구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도 이런 조건에 김 위원장이 응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단된 국가에서 마지막까지 통일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만나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북한이 핵을 폐기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