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원내대표 경선 D-1] 찢긴 ‘3색 표심’… “체면이 대수냐” 읍소·삼고초려
입력 2011-05-11 21:41
13일 치러지는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강봉균 김진표 유선호 의원이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세 후보는 007 영화를 방불케 하는 한밤중 공원 접선, 공항에 나가 마중하고 배웅하기, 지역구 삼고초려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경우 계파별·지역별 표심이 한곳으로 모이기보다 두세 갈래로 흩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승부 예측이 어렵다는 평가다.
◇계파·지역별 표심도 혼전=세 후보 모두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강 의원과 김 의원 측은 11일 “절반을 넘는 우호표를 확보했다”고 각각 주장했다. 1차 투표에서 44표 이상을 얻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유 의원 측은 “확실한 2등 자리를 굳혔으며, 2차 결선투표에 가면 3위 후보 표를 흡수해 누구랑 맞붙더라도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경선에는 당 소속 의원 87명 중 해외출장자 2명과 구속 중인 강성종 의원 등 3명을 뺀 84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강 의원은 전북을 비롯한 호남과 관료 출신 등 지지기반을 토대로 수도권과 충청에서도 표를 흡수했다는 주장이다. 수도권을 기반으로 한 김 의원은 옛 당권파와 친노 그룹, 구 민주계를 중심으로 한 호남표 확장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전남 출신인 유 의원은 호남표와 개혁 성향 인사들 및 수도권 일부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세 후보가 주장하는 지지표들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 허수가 많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승부 예측이 어려운 데는 계파와 지역별 표심이 한곳으로 모이지 않는 것도 이유다. 최근 부쩍 당내 세력이 커진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경우 공식적으로 중립을 선언한 상태다. 민주당 관계자는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각자 다른 후보를 대놓고 밀고 있다”며 “수도권·호남·충청도 표도 이해관계에 따라 2∼3개 그룹으로 갈라진 상태”라고 전했다.
감정싸움도 터져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이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내세우며 ‘수도권 원내대표론’을 주장하자, 강 의원과 유 의원 측은 “또 호남 배제론이냐” “수도권에서 호남표 받아 당선된 사람들이 누구냐”며 발끈했다.
◇동분서주하는 의원들=판세가 혼전 양상을 띠자 세 후보는 한 표라도 얻기 위해 맨투맨식 선거운동을 펼치며 동분서주했다.
선거 이틀 전인 11일 세 후보는 쇄신연대, 구 민주계 등 의원들 모임을 찾아가 지지를 호소했다. 보좌진들이 의원회관 앞에서 불침번을 서다 회관으로 들어오는 의원들을 알려주면 후보들이 곧바로 나가 악수를 청했다.
읍소 작전도 다양하다. 강 의원은 지난 8일 오후 9시 지방에 지역구를 둔 A의원을 찾아갔다. 강 의원은 시청 앞 공원 벤치에 앉아 A의원에게 30분간 ‘나 홀로 유세’를 했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두 중년 신사의 모습이 이색적이었던지 주말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이 힐끔힐끔 쳐다봤다는 후문이다.
김 의원은 지난 5일 해외 출장길에 오른 동료의원 4명을 공항까지 배웅한 데 이어, 11일 이들이 귀국하자 공항으로 마중을 나가 화제가 됐다. 유 의원은 수도권 B의원을 만나기 위해 무작정 지역구로 찾아 내려갔고, 삼고초려 끝인 9일에야 B의원을 만났다.
부인과 친인척은 물론 친분 있는 목회자 등을 통해 중립지대의 의원들에게 지지를 부탁하거나 각종 당직 배정을 내세우며 득표 활동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