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에 밀리고, 예금에 치이고… 정기적금 “아, 옛날이여!”
입력 2011-05-11 18:29
직장인 김모(27·여)씨는 2년 동안 매달 50만원씩 부었던 적금을 최근 해지했다. 지인들이 적립식펀드 등 다른 금융상품이 오히려 쏠쏠하다고 조언했고, 거래은행의 창구 직원도 상담을 하자 말리기는커녕 단번에 “그러시라”고 했다. 김씨는 “부모님이 직장에 입사하면 무조건 적금부터 가입하라고 성화셨다”며 “그러나 이자율이 낮다보니 그동안 모은 1000만원가량을 정기예금에 넣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민들에게 목돈을 모으는 유일한 기회로 여겨졌던 적금 상품들이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식 상승기에 출시된 주가지수연동예금(ELD)이나 펀드 등 고수익 상품에 투자하는 고객이 늘어난 게 주된 이유지만 이제는 정기예금에까지도 밀리는 추세다. 이처럼 적금의 인기가 빠르게 식고 있는 가장 큰 배경은 저금리가 장기화되는 데다 예금금리가 상대적으로 더 올랐기 때문이다.
◇정기적금 잔액 감소세=11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정기적금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21조629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9892억원 줄었다. 정기적금은 지난해 8월 이후 넉 달간 23조원대를 유지했지만, 같은 해 12월 이후 5개월 연속 줄면서 1조4270억원이나 감소했다.
반면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340조962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3조2063억원 증가했다. 이러한 상승세에 힘입어 4대 시중은행의 총수신도 같은 기간 611조4595억원으로 17조3852억원 급증했다.
적금의 인기가 시들해진 가장 큰 이유는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 인상을 통한 자금 조달에 치중하면서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간 금리차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실제 정기적금과 정기예금 간 금리차는 지난해 10월 0.69% 포인트에 달했지만 같은 해 12월 0.40% 포인트로 축소됐고 올 2∼3월에는 0.02% 포인트로 좁혀졌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적금은 매월 차별적으로 이율을 받기 때문에 연 이자율 4%라고 해도 실질이자는 연 2∼3%밖에 안 된다”며 “실제 1200만원을 한꺼번에 넣는 예금의 경우 4%의 이율을 적용받으면 1년 만기 이자는 48만원이지만 적금은 100만원씩 12개월간 넣으면 20만원이 약간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넘쳐나는 재테크 수단도 원인=적금의 인기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나 경기 상황에 따라 움직인다. 과거 저금리 기조 속에서는 적금금리도 덩달아 떨어지기 때문에 위험성을 감수한 주식 및 펀드 투자로 갈아타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안전자산인 적금을 선택하는 고객이 다시 늘기도 했다.
재무설계사들은 재테크 수단으로 더 이상 적금을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는 분위기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1년에 연 4%대의 이율을 보장받는 적금은 효율적이지는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 재무설계사는 “적금 만기가 짧아지고 있고 재테크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투자를 위해 잠시 묻어두는 경유지 역할로 변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