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고장철’ 뭇매 맞자 불만… 제작 결함 제기

입력 2011-05-11 21:35


KTX-산천 리콜요구 왜?

코레일이 KTX-산천에 리콜 요청이란 극약처방을 내린 것은 최근 잇따른 KTX 운행 장애가 운영관리 미흡보다는 차량 자체에 중대 하자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일 발견된 KTX-산천의 결함이 고속 주행 중 탈선 등 KTX 운행에 심각한 위험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리콜을 요구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무게 0.5t에 이르는 모터감속기가 KTX 하부 차체에서 이탈, 선로로 떨어질 경우 차체와 충돌해 예기치 못한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부품의 결함 등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고정장치 균열로 차량 부품이 선로로 떨어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이후 최근까지 외부에 알려진 KTX의 사고·운행 장애 14건 가운데 8건이 KTX-산천과 관련돼 있다. 잦은 KTX 열차 운행 중단으로 코레일의 이미지가 손상된 것은 물론 요금 환불, 승차권 재발급 등 운영 손실만 3억원에 이른다.

특히 사고 원인이 KTX-산천의 제작 결함에서 비롯된 경우에도 비난의 화살이 철도운영자인 코레일로만 쏟아지자 내부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는 후문이다. 다른 코레일 관계자는 “완벽한 기술개발 없이 너무 서둘러 영업운전에 나서다 보니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것 같다”며 “일부에서는 코레일이 KTX-산천의 ‘시험운전’을 대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제작사인 현대로템이 국내에서는 경쟁상대 없이 독점적으로 철도차량을 제작하다보니 기술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제작사인 현대로템은 열차의 고장·운행 장애는 차량 문제뿐 아니라 선로·신호 시스템, 선로-차량 인터페이스(호환성), 운영상의 인적오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이어서 제작 결함만으로 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그동안 발생한 KTX-산천의 운행초기(2년) 고장률은 프랑스 테제베(TGV)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대부분 단기간에 정상화할 수 있는 고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차량 결함이 경미한 문제로 밝혀질 경우 코레일이 최근 잇따른 사고의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KTX-산천의 수출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등 국익을 저해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대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