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피했지만 ‘어정쩡 투톱체제’ 험로 예고… 한나라 의총, 서둘러 절충

입력 2011-05-11 21:43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둘러싸고 파국으로 치달을 뻔한 한나라당 내 계파 갈등이 황우여 원내대표가 당 대표 역할 대행을, 정의화 비대위원장이 최고위 통상 업무를 맡는 것으로 일단 봉합됐다. 그러나 향후 두 사람의 권한 문제를 둘러싸고 언제든 내홍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한나라당은 11일 여의도 당사에서 4선 이상 중진의원회의를 열고 당 대표의 역할을 누가 해야 하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당 사무처가 ‘당 대표의 사임으로 인한 궐위도 사고로 볼 수 있다’며 황 원내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정 비대위원장은 “당 사무처에 그런 (해석을 내릴) 권한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발했다. 홍사덕 김영선 의원 등도 불만을 피력했다.

하지만 나머지 참석자들이 당 사무처 해석을 대체로 받아들이면서 여당의 분란은 일단 봉합됐다. 지난 7일 안상수 전 대표 등 퇴임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비대위원장 체제를 전격 출범시키고, 황 원내대표와 소장파 측이 이에 반발하면서 분란이 촉발된 지 나흘 만이다.

이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중진들이 내놓은 타협안은 반대토론 없이 추인됐다. 황 원내대표의 당 대표 권한대행에 불만을 표했던 일부 친이계 의원들은 의총에 참여하지 않거나 발언을 자제하며 싸움을 피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 당이 만날 싸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며 “지난 며칠 당이 계파싸움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했다. 특히 정 비대위원장은 타협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제가 많은 양보를 해서 정리가 잘 됐다”며 “중진회의 합의에 박수를 쳐 달라”고 말했다고 안 대변인은 전했다.

그러나 양측 갈등이 완전 해소되지 않음에 따라 황 원내대표와 정 비대위원장의 투톱 체제가 갈 길은 험난해 보인다. 무엇보다 이 같은 합의 자체가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통상 최고위는 당 대표가 주재하는 것인 만큼 황 원내대표가 당 대표 역할을 대행키로 했다면 비대위 역시 황 원내대표가 이끌어야 한다. 하지만 결론은 정 비대위원장이 이전 최고위원회의 업무를 주관하고, 대신 주요 당무를 황 원내대표와 협의키로 했다. 누가 어디까지 업무를 관장해야 하는지 ‘경계선’도 불분명한 셈이다.

당권·대권 분리 문제나 감세정책 전환 등 당내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을 놓고 두 사람의 의견이 엇갈리면 내홍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의 의견이 대립하면 누구 의견에 좀더 비중을 둬야 할지, 최종 결정을 비대위에서 해야 하는지 아니면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의총에서 해야 할지 등 이런 모든 게 뒤죽박죽이 될 수 있다”며 “어정쩡한 봉합이 향후 쇄신 과정에 더 큰 파국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양측이 파국을 우려해 애매모호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지적도 있다. 정 비대위원장 측 관계자는 “10일 저녁 황 원내대표와 정 비대위원장이 의견을 조율했고 그 결과 합의 도출이 가능했다”며 “양측 모두 의총에서 계파 간 난타전이 벌어질 경우 국민에게 당권 다툼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 부담을 느껴 적당히 타협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유성열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