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경수로, 국제적 기준 무시한채 건설 “北서 후쿠시마 원전 같은 사고 우려”

입력 2011-05-11 17:54

북한이 내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는 영변 경수로에 대한 국내외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안보전문연구기관인 노틸러스연구소의 피터 헤이즈 소장은 최근 ‘북한의 핵 딜레마’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북한이 경수로를 설계하고 건설하면서 국제적인 기준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북한에도 일본의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와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11일 보도했다. 헤이즈 소장은 “북한의 낡고 오래된 송전선이 경수로에서 나오는 전력을 감당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해 원자로 노심이 녹아내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영변의 경수로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북한이 혼자 수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1994년과 2007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핵 사찰을 주도했던 올리 하이노넨 IAEA 전 사무차장도 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 등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준비 없이 경수로를 짓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국내외 핵 전문가들의 우려는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경수로가 ‘강성대국 원년’,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 등 정치적 필요에 따라 기술 수준에 대한 고려 없이 건설이 강행되고 있다. 또 북한은 국제 원자력 감시체계의 사각지대로,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최근 한·중·일을 비롯해 대만까지 원자력 안전과 관련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지만 북한만 빠져 있다.

아울러 북한 지도부의 인명경시 풍조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한국형 경수로 도입자인 이병령 전 한국원자력연구소 원전사업본부장은 “북한이 자체 설계능력이 있다고 해도 효율보다 안전을 우선시하는 국제표준을 지켰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진수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책임기술원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발간하는 ‘한반도 포커스’ 5·6월호에 기고한 ‘북한 핵시설 안전문제: 일본 원전사태를 계기로 본 시사점’을 통해 “영변이 휴전선에서 불과 140㎞ 떨어져 있고, 동절기에 사고가 발생하면 북서풍의 영향으로 후쿠시마 원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피해를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