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프롤로그] 헤라클레스를 기다리며

입력 2011-05-11 18:06


소설 ‘상록수’의 실제 모델 최용신은 독실한 감리교인이었습니다. 함경도 원산의 미션스쿨 누씨여자보통학교를 나온 신여성이지요. 협성여자신학교(감신대 전신) 재학 시절 “민중에게 봉사하고 희생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다”라고 생각하고 당시 경기도 화성군 반월면 샘골에서 농촌 계몽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샘골교회에서 문맹 퇴치에 앞장서며 성서 재봉 수예 등을 가르쳤습니다.

갓 스물인 여자가 남존여비의 유교적 틀이 견고한 그 촌에서, 사회주의적 사상을 전파하는 브나로드운동을 펼친다는 오해를 받아가며 뭇 백성에게 하나님을 알게 하기 위해 헌신했다는 것. 도무지 요즘 그 세대에게는 이해시킬 수 없는, 전설에나 나올 법한 얘깁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을 딴 ‘용신봉사상’이 말해주듯 불변의 위인임에 분명합니다.

그녀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녀를 통해 한국 개신교가 처한 진퇴양난의 상황을 말씀드리려는 겁니다.

무엇보다 21세기 한국 개신교는 어젠다 세팅을 해나갈 리더가 없습니다. 진리와 양심에 비추어 의제를 설정하고 이를 광야에서 외칠 선지자가 나타나질 않습니다. 리더 밑에 최용신과 같은 이들이 숱한데 그 리더가 없어 좌표를 잃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꼴입니다.

최용신과 같은 이들은 코칭 스킬이 있는 이들입니다. 일제강점기 개신교 리더들은 그들을 계몽운동에 투입했고 그 같은 계몽운동에 힘입어 해방과 근대화 과정에서 개신교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했던 겁니다. 오늘날 우리 기독청년들 많은 수가 멘토를 찾고 있습니다. 극단의 홍위병 같은 네티즌에게 상처받아도 아프다는 소리조차 할 수 없는 처지가 그들입니다. 최용신 나이의 젊은이들이지요. 그러다 보니 코칭 스킬이 있는 안타까운 교회 인재들이 나라 밖으로만 눈을 돌립니다. 해외선교의 이름으로요.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를 연구한 서강대 이승엽 교수와 같은 이들을 그래서 눈여겨보게 됩니다. 안철수 김난도 박경철은 아닐까 하고요.

전정희 종교기획부장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