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20여일 전부터 부당 인출

입력 2011-05-12 00:05

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20여일 전부터 부당 인출이 이뤄진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영업정지 방침을 사전에 유출한 인사를 추적하는 동시에 특혜 인출자에 대한 수사 범위를 대폭 확대키로 했다.

검찰은 금융감독 당국이 지난 1월 25일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해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11일 밝혔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고위 관계자들로 구성된 ‘저축은행 구조조정 태스크포스(TF)’가 당일 이같이 결정한 뒤 매일 저축은행 유동성 상황 점검에 나섰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2월 17일 오전 부산저축은행과 계열인 대전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를 최종 결정하기 3주 전이다.

검찰은 기밀이 사전에 알려지면서 1월 25일 직후부터 대주주, 경영진의 친인척, 일부 우량 고객이 은밀히 수천억원을 인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영업정지 전날인 2월 16일 영업종료 후 인출 경위에 집중됐던 수사 대상을 1월 25일 이후 5000만원 이상 인출자로 넓히기로 했다. 법원에서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받아 5000만원 이상을 인출한 예금주 명단 전체를 확보하고 조사 대상을 분류하고 있다.

검찰은 관련 정보를 흘린 금융 당국 관계자 신원이 드러나면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우병우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영업정지 방침이 유출되면서 부당 인출이 1월 25일부터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등은 자료를 내고 “1월 25일 시장안정 대책을 논의하긴 했지만 부산저축은행의 영업정지 방침을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또 ‘부실 감사’ 대가로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에게 1억원 이상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금감원 부국장급(2급) 이모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최근 몇 년간 부산저축은행 검사를 담당했던 금감원 직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본격 시작했다. 부산저축은행이 노숙자나 행방불명자 등의 명의로 대포통장을 개설해 대출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 정·관계 로비에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