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혼자 가는 반상의 길 둘이 손잡고 간다면… 페어바둑대회에 기대
입력 2011-05-11 17:30
혼자만의 고독한 승부로만 느껴지던 바둑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놀이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열린 ‘2010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혼성페어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 박정환 9단과 이슬아 3단이 호흡을 맞춰 우승을 차지하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BC카드도 처음으로 프로와 아마가 함께하는 페어대회를 만들어 큰 호응을 얻었다.
페어바둑은 상대의 생각을 읽어내는 것은 물론 같은 편의 생각까지 파악해야 해 더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서로 다른 기풍과 생각 속에서 서로를 조율하며 한판의 바둑을 만들어가는 묘미는 혼자 두는 바둑보다 훨씬 더 짜릿하고 즐겁다.
아시안게임선수단과 바쏘배 직장인 바둑대회를 후원하고 있는 SG그룹 이의범 회장은 지난 4일 새로운 페어대회를 창설했다. 이 회장은 프로에게 3점 치수로 팽팽한 승부를 펼치는 실력파로 바둑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대단하다. 제1회 SG 세계물산배 페어바둑최강전은 프로와 프로, 프로와 아마가 함께 참가하는 대회로 우승상금은 3000만원이다.
예선전을 거쳐 본선 24강전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이번 대회에서 랭킹시드는 이세돌-이슬아, 최철한-김윤영, 원성진-김은선 팀이, 후원사 시드는 유창혁-최정이 팀이 받았다. 20팀을 가려내는 예선전에 52개 팀이 참가해 대성황을 이루었다.
팀의 조합도 다양했다. 먼저 부부팀은 기사커플인 김영삼-현미진과 이상훈-하호정이 출전했다. 루이웨이나이 9단은 남편 장주주 9단이 아닌 오랜 친구인 차민수 4단과 한 팀을 꾸려 관심을 모았고, 한·중 부부기사인 권효진 5단과 위에량 5단도 각각 다른 선수와 함께했다. 연인팀으로는 박정상 9단과 연구생출신의 김여원 아마 6단, 사제팀으로는 강만우-문도원이 의지를 불태웠다. 이외에도 방송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영환-윤지희, 김성룡-김효정(필자) 팀이 출전했고, 대학동문 선후배인 안달훈-조혜연은 강팀으로 주목받았다.
상금을 걸고 승부를 하는 것은 다른 기전과 마찬가지지만 이날의 대국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대국 전 소소한 웃음과 이야기가 오가는 등 경직된 시합이 아니라 들떠있는 축제의 느낌이었다. 대국이 끝난 후에도 서로 복기를 하며 아쉬운 부분을 토로하고 때로는 같은 편의 실수를 추궁하며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패배의 아픔도 반으로 덜어지는 듯했다.
인생의 여정처럼 혼자 가는 길이 힘겹고 험난한 한판의 바둑. 어려운 상황을 만났을 때는 슬그머니 같은 편에게 넘기며 의지하기도 하고, 때론 내가 힘을 보태기도 하며 꾸려가는 한판에서 인간애가 느껴진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