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발트색 옥색 일곱 빛깔 바다가 부른다… 남국의 산호초 섬 사이판
입력 2011-05-11 21:30
“너의 말없는 눈동자 속에서는/열대의 태양 아래 과일은 붉을 게다./키다리 야자수는/하늘의 구름을 붙잡으려고/네 활개를 저으며 춤을 추겠지./(중략)/토인(土人)의 여자의 진흙빛 손가락에서/모래와 함께 새어버린/너의 행복의 조약돌들을 집으러 가자./바다의 인어와 같이 나는/푸른 하늘이 마시고 싶다.” (김기림의 ‘꿈꾸는 진주(眞珠)여 바다로 가자’에서)
남국의 섬 사이판은 그렇다. 열대의 태양 아래 과일이 붉게 익어 가고 키다리 야자수는 하늘의 구름을 붙잡으려고 춤춘다. 푸른 바다와 하늘이 마시고 싶어진다.
형형색색의 산호들이 바다를 수놓고 있다. 코발트색부터 옥색까지 일곱 빛깔 바다가 매혹적이다. 그 바다는 끝없이 하늘로 이어진다. 야트막한 산을 뒤덮은 푸른 초목이 싱그럽다. 일년 내내 꽃이 피고 하루에도 몇 차례 무지개가 뜬다. 저녁 무렵 수평선 아래로 서서히 잠기는 태양이 하늘을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구석구석 발도장 찍기=사이판은 서태평양 북마리아나 제도의 크고 작은 40여개 섬 가운데 가장 큰 섬으로 제주도의 9분의 1 크기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4시간 거리. 산호초가 바다 위로 솟아올라 만들어졌기 때문에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바다는 산호초 군락이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해 호수처럼 잔잔하다.
‘사이판의 진주’로 불리는 마나가하섬은 푸른 하늘을 이고 코발트색 바다 위에 떠 있는 작고 아늑한 쉼터. ‘마나가하에 가지 않으면 사이판 관광은 가나마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워낙 작은 섬이라 10분 안에 일주할 수 있다. 마나가하는 다이빙, 제트스키, 패러세일링 등 해양스포츠의 천국인데 그중 스노클링이 단연 압권이다. 장비를 챙겨 얼굴을 바다에 담그는 순간 화려한 산호초 군락에서 노니는 열대어들에게 포위당한다. 한참을 헤엄쳐 나가도 수심은 여전히 1m 안팎이라 허우적거릴 걱정도 없다. 모터보트 뒤에 밧줄을 묶어 낙하산을 타는 패러세일링은 하늘을 날며 바다와 섬의 멋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어 스릴 만점.
사이판 북동부에 위치한 버드 아일랜드는 태평양을 향해 웅크리고 있는 작은 섬. 석회암으로 형성된 섬의 작은 구멍마다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섬으로 밀려오는 파도는 새가 날갯짓하는 모습이다.
해식동굴인 그로토는 물빛이 환상적이다. 사이판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로 전 세계 다이버들이 꼭 한 번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다. 117개의 계단을 내려가면 작은 동굴이 나온다. 동굴 사이로 보이는 푸른 물빛만 봐도 왜 이곳이 그토록 사랑받는지 알 만하다.
최고봉인 타포차우산(473m)에 오르면 사이판의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남쪽에는 티니안섬과 로타섬이 있고, 서쪽에는 사이판의 중심지인 가라판 지역과 그 앞에 떠있는 마나가하섬이 자리한다. 타포차우산 정상에는 예수 동상이 있다. 매년 부활절에 현지인들이 예수의 고난을 되새기기 위해 십자가를 지고 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행사를 갖는다.
사이판에는 조선인들의 아픔도 서려 있다. 조선인 수천명이 태평양전쟁 때 조국에서 3200㎞나 떨어진 이곳까지 끌려와 희생됐다. 그 넋을 기리기 위해 1981년 한국인 위령탑이 세워졌다. 때문에 사이판은 한국인 관광객에게 단순한 휴양지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색다른 월드리조트에서 환상적 체험을=한화호텔&리조트는 지난해 한국계 특급 리조트 호텔인 사이판 월드리조트를 인수해 본격적인 해외 리조트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탁 트인 바다에 인접해 265개 객실 전체에서 아름다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게 매력.
월드리조트가 자랑하는 웨이브정글은 높이 2m의 파도가 몰아치는 풀장을 비롯해 유수풀, 아쿠아어드벤처, 플레이풀, 태닝풀, 스쿠바풀 등으로 이루어진 대형 워터파크. 블랙홀, 워터코스터, 바디슬라이더, 튜브슬라이더가 짜릿함을 더해준다.
웨이브정글에서 몇 발짝만 나서면 에메랄드 빛 바다와 하얀 모래밭이 펼쳐진다. 리조트 앞바다는 하루에도 일곱 번 색깔이 변한다는 세계 3대 비치 중 하나로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고 투명하다. 카약, 카누, 윈드서핑은 물론 물 위를 달리는 워터바이크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장비는 모두 무료로 전문 강사인 프림즈(Prims·원주민어로 ‘좋은 친구’라는 뜻)에게 안전하게 배울 수 있다.
월드리조트는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부대시설도 갖추고 있다. 헬스와 스파를 즐길 수 있는 스파니스, 네일 아트 숍인 토르, 정통 인도마사지를 체험할 수 있는 라메르, 강도 높은 스트레칭 마사지를 원하는 손님들을 위한 타이마사지 숍을 운영한다. 어린이를 위한 키즈칼리지는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문화체험 학습을 통해 특별한 즐거움을 선물한다.
입맛대로 골라먹는 즐거움도 월드리조트의 장점. 모두 7개의 레스토랑과 바가 열대의 맛과 멋을 제공한다. 해넘이와 원주민 쇼를 감상하며 바비큐를 즐기는 선셋가든은 최고의 인기. 뷔페월드는 한식·중식·일식 등 150여종에 이르는 다양한 음식을 제공한다.
한식당 명가는 한국에서 공수된 신선한 재료로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낸다. 커플을 위한 캔들디너는 연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월드리조트에서 황홀한 남국의 풍경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한화호텔&리조트 02-729-5937, 마리아나 관광청 한국사무소 02-777-3252).
사이판=글·사진 박봉규 기자 bg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