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의원들이 내 말 듣겠나… 나도 답답”

입력 2011-05-11 01:34

“결코 개입한 적이 없다. 설령 내가 지시를 한다 해도 국회의원들이 내 말을 듣겠느냐.”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9일(현지시간) 당내 이재오계를 중심으로 자신에게 제기된 ‘원내대표 경선 개입설’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명박 대통령 특사로 남미를 방문 중인 이 의원은 첫 방문지인 볼리비아에서 동행한 기자가 ‘당내에서 원내대표 경선에 개입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묻자 “가만히 있는 사람을 놓고 왜 그런 억측들을 쏟아내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당 비상대책위 구성을 둘러싼 계파갈등 속에 자신의 경선 개입설이 계속 확대되자 이날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내가 억울해도 묵묵히 참고 있는 것은 무슨 말을 하면 새로운 얘기가 덧붙여지고 억측이 쏟아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도 원내대표 경선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당내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 6일 열린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 결선투표에서 비주류 중립 성향의 황우여 의원이 친이명박계 주류인 안경률 의원을 26표차로 따돌리고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두면서 친이계 내부에서는 이상득계가 반란을 일으켰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이재오 특임장관이 “배신은 한 번으로 족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장관이 ‘배신’의 배후로 이 의원을 지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돌았다.

이와 관련해 이 장관 최측근인 권택기 의원은 “이 의원을 겨냥한 게 아니다”면서 “이명박 정부 탄생과 함께 배지를 달고서 국정운영에 협조하고 당의 중심을 잡자는 사람들이 미래권력을 향해 가는 것을 보고 한 말”이라고 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