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은 위급하면 총기 사용하라지만… 일선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
입력 2011-05-10 18:32
조현오 경찰청장이 지구대·파출소 경찰관들에게 위급 상황에 총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라고 지시했으나 일선에서는 총기를 제대로 사용할 준비가 덜 돼 있다. 현장 경찰관 대다수가 징계와 민원 발생 우려 때문에 총기 사용을 꺼려온 데다 평상시 사격훈련도 충분치 않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일선 경찰서 형사과, 교통과, 지구대·파출소 등의 외근 직원이 1년에 6회 받던 권총 사격훈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4회로 줄었다. 연 2회 정례사격(내근 직원 포함)과 별도로 4회 실시되던 외근요원 특별사격이 2회로 줄어든 것이다. 한 번 훈련할 때 1인당 35발씩 쏜다. 경찰 관계자는 “근무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훈련 횟수를 줄인 대신 사격능력 저조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했다”고 해명했다.
현행 사격훈련은 대부분 고정된 표적지를 조준해 쏘는 방식이어서 실전 대응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경찰 규정상 불가피하게 총을 쏠 경우 대퇴부 이하를 조준해 부상을 최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고정 표적에만 쏘는 단순한 훈련으로는 긴박한 상황에서 움직이는 상대의 하반신을 정확히 맞히기 어렵다는 게 경찰 안팎의 지적이다.
서울의 한 경찰서 폭력팀장은 “아무래도 움직이는 표적이 아니다 보니 훈련이 실전에 크게 도움 되지 않는다”며 “총기에 익숙지 않은 내근 직원은 파출소나 지구대로 순환 근무를 할 때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격장도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 사격장은 5곳뿐이어서 2만명이 넘는 서울 근무 경찰관이 충분한 훈련 기회를 얻기가 어렵다. 움직이는 표적이 포함된, 전자장치로 작동되는 시뮬레이션 사격장이 있지만 현재 서울경찰청 등 전국 10여곳에 불과하다. 경찰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사격장을 중앙경찰학교에 설치, 신임 경찰 교육에 활용하는 등 점차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총기를 사용하면 감찰 조사에다 민·형사상 소송까지 뒤따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총기 사용을 기피하는 분위기도 단번에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 서울의 한 경찰서 강력팀 형사는 “총기 사용은 습관이 안 돼 폭력배와 마주치면 무의식적으로 삼단봉을 꺼내게 된다”며 “민사소송에 걸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총 꺼내는 경찰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적법하게 총기를 쓴 경찰관을 전면 면책해주는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소송에 휘말릴 경우엔 본청 소송지원팀이 나설 방침이다.
유동근 천지우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