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농협 사이버 테러] 北 “농협 해킹 수사는 천안함 같은 날조극”

입력 2011-05-10 21:42

북한이 10일 농협 전산망 해킹이 북한 소행이라는 우리 측 검찰 발표를 “천안호 사건과 같은 날조극”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3일 북한 정찰총국이 주범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지 1주일 만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국방위원회 인민무력부는 ‘남을 걸고드는 악습을 버려야 한다’는 제목의 대변인 담화를 발표했다. 인민무력부는 담화에서 “황당무계한 근거와 그에 바탕을 둔 허황한 주장이며 천안호 침몰사건과 같은 날조극”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피해를 본 농협 당사자들도 북의 소행이라는 발표가 섣부른 결론이라고 항변하고, 괴뢰군 기무사마저 북 군부의 공격으로 밀어붙일 수 없다고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또 “(남한 정부가) 4·27 재보선을 전후해 여지없이 드러난 집권말기 위기를 수습하며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파탄시킨 책임에서 벗어나 보려고 획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천안함을 들먹이면서까지 농협 해킹건과의 무관함을 주장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2009년 7·7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과 지난 3·4 디도스 공격 등 각종 해킹사건과 관련해 우리 관계당국이 북한 소행을 주장해도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아 왔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농협 해킹사건을 국제법상 불법행위로 보고 국제사회를 통해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압박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대변인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에 사이버 공격 중단을 촉구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한 바 있다.

전날 이명박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내놓은 내년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하겠다는 제안을 겨냥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대통령은 베를린 제안을 하면서 북한이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사과해야 한다는 기존 원칙도 재확인했다. 따라서 북한이 농협 전산망 해킹을 거론하면서 ‘천안함 날조극’ 주장을 반복함으로써 이 대통령의 베를린 제의를 간접적인 방식으로 일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