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사외이사 감사委 방안 뜯어보니… 감시는커녕 또다른 ‘유착’ 우려
입력 2011-05-10 18:19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금융회사 상근감사를 폐지하고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하는 감사위원회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함에 따라 감사위원회가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감사위원회 역할을 강화하려는 이유에 대해 “상근감사를 따로 두다 보니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생기고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주 감사 추천을 폐지키로 했지만 낙하산 관행을 원천부터 봉쇄하기 위해서는 상근감사 대신 감사위원회로 그 역할을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금융회사들은 현재 상근감사 1인이 내부통제를 하는 감사제도를 운영하거나 상근감사가 포함된 3명 이상의 감사위원회를 두고 있다. 현재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하는 금융사는 금융지주회사와 은행, 자산 2조원 이상의 보험사, 자산 3000억원 이상의 저축은행 등으로 3분의 2를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 그런데 영국과 미국처럼 사외이사 전원을 감사위원으로 채우겠다는 게 김 위원장의 구상이다.
김 위원장은 여러 명이 감시하다 보면 저축은행 비리에서 드러난 것처럼 상근감사와 경영진의 유착으로 인한 폐해를 막을 수 있는 것을 장점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 금융회사의 현실을 보면 사외이사들이 제대로 된 내부감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2009년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사태에서 단적으로 드러난 것처럼 대주주나 경영진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자리를 채운 경우가 허다하다. 이사회에서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대해 거수기 노릇까지 하는 마당에 경영비리를 캘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금융회사들은 사외이사를 정부 로비창구나 ‘얼굴마담’ 격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금감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과거 재무부(현 금융위)나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고위직 출신 인사들이 주요 금융회사에 대거 포진해 있는 데서 알 수 있다(표 참조). 이른바 ‘모피아’ 선배인 이들 사외이사 전원을 감사위원회 멤버로 활동하게 될 경우 금융당국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금감원 출신 사외이사들도 많아 금감원 출신의 낙하산 인사를 배제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한국은행 출신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한은이 금감원으로부터 일부 금융감독권을 넘겨받더라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사외이사들이 비상근이다 보니 회사 정보에 약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사외이사들은 회사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상근감사보다 훨씬 어두워 내부통제 전문성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상근감사가 감사위원회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상근감사 선임에는 지분 3% 이상 대주주는 참여하지 못하는 반면 사외이사는 이런 장치가 없다. 이로 인해 소규모 금융회사들이 소액주주들의 견제를 의식해 감사위원회를 앞다퉈 도입해 방패막이로 사용하는 병폐도 나타나고 있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은 “감사제도는 사람과 운용의 문제이지 현실을 무시하고 제도만 바꾼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김아진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