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심상찮은 ‘문재인 대망론’… 출마 가능성 부인에도 ‘박근혜 대항마’로 급부상

입력 2011-05-10 19:38


“요새 곳곳에서 난리도 아니다. ‘문재인이 정치하는 거냐, 아니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적 잠재력이 대단히 큰 분이다. 본인은 직접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얘기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 아니냐.”

요즘 친노(親盧)진영 인사들의 말이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활동 보폭을 눈에 띄게 넓히면서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일각에서 ‘문재인 대망론’이 심상치 않게 나오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등 기존 대권주자들을 위협할 만한 ‘제3의 카드’로서 문 이사장이 서서히 부상하는 분위기다.

실제 문 이사장의 최근 정치적 행보와 발언은 매우 활발하다.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과 참여당의 후보단일화를 극적으로 중재했던 게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부터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의혹을 제기했던 조현오 경찰청장의 소환조사를 촉구하는 릴레이시위에 들어갔다. 같은 달 29일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김해시지부 초청으로 ‘공무원노조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2008년 2월 청와대를 나온 뒤 첫 외부단체 강연이었다. 이후 진보성향 연구원들의 연합체인 ‘복지국가와 민주주의를 위한 싱크탱크 네트워크’ 창립대회에 참석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대외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문 이사장의 잠재력과 외연 확장성이 근래 부쩍 주목받고 있다. 청렴하고 강직한 원칙주의자 이미지, 운동권 투사 출신임에도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한 엘리트 변호사, 경남 거제 출신으로 영남에 탄탄한 기반이 있다는 점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게다가 그는 특전사 공수부대에서 군 복무를 하며 수중폭파조에서도 활동했다. 한 친노 인사는 “특전사 출신인 그가 백령도를 방문해 낙하산을 타고 스킨스쿠버를 하는 모습을 연출하면 ‘군 통수권자’라는 관점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단숨에 제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그러나 문 이사장은 일단 대선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직접 정치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에서 달라진 게 없다”며 “다만 바깥에서 야권연대를 돕고 촉구하는 역할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당에 있는 통합 주체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가급적 큰 단위의 대통합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야권에서는 문 이사장이 직접 출마하지는 않더라도 그가 내년 총선 및 대선에서 영남권에 교두보를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지 않고 있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