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문형랩 곧 출시… 증권사 “나 떨고있니?”
입력 2011-05-10 18:20
국내 은행들이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자문형 랩’ 상품을 판매하게 되면서 증권사들과 대격돌이 예상된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국민·우리·신한·SC제일은행 등 주요 은행들은 은행에 자문사 연계 상품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자문형 특정금전신탁 표준약관(계약서)’을 제정했다.
랩은 주식과 채권 등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서 통합·관리하는 종합관리서비스로, 이 중 자문형 랩은 투자자문사의 주식 종목 추천을 받아 운용하는 상품이다.
과거 은행들이 투자일임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문형 랩 역시 판매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1월 금융투자업법 개정에 따라 ‘자문형 특정금전신탁’이라는 이름으로 자문형 랩을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자문형 신탁은 은행이 고객의 돈을 신탁받아 투자자문사와 연계해 자금을 운용,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으로 사실상 자문형 랩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약관이 만들어지면서 이제 남은 것은 금융감독원의 상품심사뿐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들을 포함한 은행의 상품에 대한 심의가 끝나면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선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은행권에서는 가장 먼저 신탁 시스템을 정비하고 알바트로스, 피데스, 브레인 등 자문사 10곳을 선정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3월 말 20여개의 자문사로부터 자문형 랩 운용성 등에 대한 프레젠테이션(PT)을 받고 자문사 6곳을 선정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거래 자문사를 선정하고 자문형 신탁 출시 준비를 완료했다. 외환은행은 기존 자문사 4곳에서 8곳으로 확대하고 1억원 이상 고객으로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에 그동안 자문형 랩 시장을 독점해 온 증권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미 상당한 성장세를 보인 상태에서 경쟁이 가열되면 결국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파이를 나눠 갖는 셈이기 때문에 적어도 증권사 자문형 랩의 성장세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의 시장 참여로 관련 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데다 신탁 형태로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은 결과적으로 증권사들의 법인 고객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