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52년만에 해외여행 자율화… 美와 관계개선 영향줄듯

입력 2011-05-10 18:19

쿠바가 52년 만에 자국민의 해외여행을 허용하기로 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쿠바 정부가 9일(현지시간) 배포한 자료에는 지난달 제6차 공산당 대회에서 만장일치 속에 통과된 313개 개혁안 중 핵심 내용이 담겨 있다. 해외여행 자율화 방안을 비롯해 자동차·집거래 허용, 기업 내 조합설립 가능, 식량배급제 폐지 등이 포함됐다.

해외여행 자율화와 관련해서는 ‘쿠바 거주 국민의 관광목적 해외여행 허용정책 연구’라는 문구만이 적혀 있을 뿐 시행시기 등 상세한 언급은 없다. 그러나 쿠바가 1959년 혁명 이후 52년간 묶어뒀던 해외관광을 큰 틀에서 풀려고 한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라고 볼 수 있다.

쿠바와 미국 플로리다는 비행기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따라서 이번 쿠바 정부의 발표는 껄끄러웠던 양국 관계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현재 쿠바에서 자국민 해외여행이 전면 금지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인이 관광을 위해 외국으로 나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쿠바 국민이 해외로 나가려면 150달러의 출국신청비용을 내야 하지만 이는 정부가 거부할 수 있고, 해외여행 서류절차에도 약 400달러가 든다. 해외여행은 30일 이내로 제한된다. 어떤 경우이건 해외로 나갔다 11개월 이내 귀국하지 않으면 국가를 탈출한 자로 간주돼 자국 내 모든 재산을 잃게 된다.

쿠바 정부는 이런 엄격한 규정 속에 예술인이나 학자, 운동선수, 몇몇의 기업인에게만 해외여행을 허가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파격적인 해외여행 허용 조치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배경을 추측하기는 어렵지만, 오랫동안 묶어뒀던 불필요한 규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함께 이뤄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 대회에서 통과된 개혁안 대부분이 기존에 금지했던 제도를 허용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관측은 설득력을 얻는다. 한편 관료적인 쿠바 정부의 성격상 해외여행이 실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