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해외 영토 넓힌다] 여의도 1.7배… 가공에서 건조까지 논스톱
입력 2011-05-10 21:34
(17) STX다롄 조선해양 생산기지
지난달 29일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다롄(大連)시 창싱다오(長興島). 다롄공항에서 차로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하자 거대한 STX다롄 조선해양 종합생산기지가 위용을 드러냈다. 서울 여의도의 1.7배 규모인 550만㎡(약 167만평)의 초대형 조선소다. 900t급 골리앗 크레인과 선박건조 단계별로 배치된 공장들, 건조 중인 다양한 선박이 눈길을 끌었다.
STX다롄 생산기지는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다. 선박 건조용 강재를 실은 배가 도착하면 이를 곧장 하역장 양쪽에 자리잡은 선박블록 제조공장과 해양구조물 생산공장으로 보낸다. 선박 기초소재, 조선 기자재, 엔진조립 공장 등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도크에서는 차량과 인부들이 선박 건조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현재 이곳에서는 부유식 원유저장설비(FSU) 등 특수선과 6300대의 차량을 실을 수 있는 자동차운반선, 65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등 대형 선박 건조가 한창이다.
◇세계적 조선소 등극=STX다롄 생산기지는 부산 및 경남 진해의 STX조선해양, 핀란드 등에 위치한 STX유럽과 함께 STX그룹의 조선 부문 3대 글로벌 생산거점 중 하나다. 이곳은 크게 조선기지, 해양플랜트 생산기지, 엔진 생산기지 등 3곳으로 구분된다. 조선기지에서는 벌크선(건화물선), 자동차운반선, 석유제품 운반선 등 다양한 선박을 건조한다. 또 해양플랜트 생산기지에서는 고정식 및 부유식 해양플랜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엔진 생산기지에서는 주조 및 단조는 물론 선박용 프로펠러, 크랭크샤프트, 기타 엔진부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커짐에 따라 최신 기술과 설비를 갖추고 풍력발전 사업도 진행 중이다.
STX다롄 생산기지는 규모 면에서 세계 기록 3개를 갖고 있다. 첫 번째는 길이 460m, 넓이 135m, 높이 14.5m 규모의 세계 최대 해양플랜트 제작시설이고, 두 번째가 연간 100만t의 강재처리 능력을 갖춘 세계 최대 강재가공 공장이며 세 번째가 길이 5㎞에 달하는 세계 최장 안벽이다. 대규모 기반시설에 힘입어 STX다롄 생산기지는 2012년 연간 선박블록 75만t, 선박용 엔진 180대, 선박 50척 건조를 목표로 2만8000여명의 임직원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다양한 시너지 효과=STX그룹이 이곳에 조선소를 설립한 것은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깝다는 이점 때문이다. 포화상태인 국내 조선소와 달리 낮은 인건비, 넓은 부지, 생산 효율성 등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 유무형의 시너지 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본 것이다. 또 다롄 지역은 강수량이 적고 태풍과 장마 등도 없어 조업 가능일수가 국내보다 월등히 긴 것도 장점이다.
STX다롄 생산기지 설립 배경에는 STX 특유의 속도경영이 있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바로 속도”라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2007년 3월 착공식을 가진 뒤 2008년 4월 선박블록 생산을 위한 강재 절단을 시작했다. 또 가동 8개월 만인 2008년 12월 첫 선박을 진수했으며 2009년 말에는 해양플랜트 생산기지까지 완공하고 본격적인 일관 생산체제를 갖췄다. 지난해에는 20척 이상의 선박을 인도했다.
착공 1년여 만에 조선소가 본격 가동에 들어간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라는 게 STX그룹 측의 설명이다. 더구나 STX다롄 생산기지는 부품 생산에서 선박 건조까지 모든 과정이 한곳에서 이뤄져 가공비 및 물류비를 최소화하는 등 경쟁력도 높은 편이다.
행운도 따랐다. 현재 중국 국무원의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가 2005년 5월 랴오닝성 당서기장에 취임하면서 전례 없이 중국 기업과의 합작이 아닌 100% 단독투자를 허용해준 것이다. 리 부총리는 중앙 정계에 진출한 뒤에도 STX다롄 생산기지를 방문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중국 정부로부터 대형선박을 지을 수 있는 승인을 받아 글로벌 대형 조선소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도 잡았다.
STX그룹 관계자는 “현재 STX조선해양의 수주액, 건조능력, 건조량이 매년 평균 30∼40% 이상씩 늘고 있는 상황에서 STX다롄 생산기지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 STX조선해양은 물론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 역시 배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롄=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