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고상두] 나토의 리비아 내전 개입
입력 2011-05-10 17:55
유럽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전쟁방지를 위하여 유럽은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에서 국경선이 신성불가침한 것임을 약속하였다. 식민지 쟁탈을 할 때에도 서구 열강들은 지도에 줄을 먼저 그었다. 1차 대전 당시 ‘유럽의 병자’ 오스만터키의 지배 하에 있던 중동 아프리카 지역은 종족적 분포와 상관없이 분할되었다. 이탈리아가 리비아를, 그 좌우를 프랑스와 영국이 나눠 가졌다.
중동국가는 ‘약한 국가’이다. 유럽의 분할지배로 인해 국가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국민 정체성은 약하고 부족 및 종파적 균열은 강해, 국가 통치는 후견-피후견 관계를 맺고 있는 파벌들의 지배연합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권력구조 때문에 군대가 약하다. 파벌이 군사력의 일부를 탈취하여 최고 권력자에게 도전할 수 있기 때문에 친위부대만 강하게 만든다.
중동 국가체제가 약한 이유
약한 국가에서는 전쟁의 종식이 어렵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 승리 후 10년 가까이 전쟁을 치르고 있다. 강한 국가의 대표적 사례인 독일과 일본은 최고 지도자의 항복 선언과 함께 2차대전을 끝냈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통치권위가 약한 국가에서는 전쟁의 시작과 끝이 불분명하다.
미국은 리비아에 대한 나토의 군사개입에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를 앞세우고 있다. 물론 다수의 나토 회원국들은 유럽 3인방이 중동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왜냐하면 이들은 리비아와 가장 친밀하고 많은 거래를 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이 리비아 사태의 해결에서 소극적인 이유는 군사개입의 목표에서 유럽과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학살과 내전을 중단시키는 최소목표를 가지고 있다. 리비아 사태의 여파로 중동지역의 친미정권들이 연쇄 붕괴할 것을 우려한다. 반면에 영국과 프랑스는 정권교체를 목표로 하고 이미 리비아 반군 정부를 외교적으로 승인하였다.
냉전시대 구소련의 위협에 대항하여 결성되었던 나토는 구소련 붕괴 직후 존재의미를 상실하면서 해체에 직면하였다. 하지만 나토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으면서 존속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역외지역의 분쟁 해결이다. 즉 나토가 유럽을 넘어서 전 세계 분쟁지역으로 출동하는 글로벌 동맹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전쟁방지를 위해 국가주권을 강조하였던 유럽이 국경선을 넘어선 안보의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일본, 호주 등과 함께 나토의 파트너 국가다. 나토와의 협력강화가 한국의 안보증진에 도움이 될까? 아마 협력의 전제조건으로 2가지 사항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나토 관계 전략적 선택해야
첫째, 우리의 동맹전략의 전환 가능성이다. 국제사회는 한국이 한반도를 넘어서서 전 세계의 분쟁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기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한·미동맹의 글로벌화를 촉구하고 있다. 나토는 국제평화의 유지를 위해 한국과 협력하기를 원하고,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은 나토와 함께 군사협력을 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남한방어를 중시하는 동맹전략을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국제평화에 기여할 수 있을 만큼 한국군의 능력이 커졌다는 점을 감안하여 글로벌 동맹전략으로 전환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둘째, 북한 급변사태 발생 시 나토의 개입 필요성이다. 코소보,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사태 등은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안 실행을 위해 나토가 군사개입에 나선 사례들이다. 북한에서 반인륜적 급변사태가 발생할 때, 국제사회를 대표하여 나토가 신속하게 개입하는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만일 나토의 도움을 기대한다면, 우리는 이제 나토와 국제평화유지 임무를 함께하는 안보 동반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고상두 연세대 유럽지역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