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문계고 진학률 71%가 말해주는 것

입력 2011-05-10 17:48

우리나라의 전문계고는 예전에 실업고라고 부르던 곳이다. 농고 상고 공고가 지금은 영역을 떠나 국립전문계고와 특성화고, 마이스터고로 나뉘어 있다. 2010년 현재 우리나라의 전문계고는 697개로 전체 고교 2074개의 33.6%, 학생 수는 50만여 명으로 전체 고등학교 학생 177만 명의 27.8%를 차지하고 있다. 고등학생 4명 가운데 1명이 전문계 고등학생이라는 이야기다.

우리 제도교육에서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은 전문계고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 9일 교육과학기술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 54.7%였던 취업률이 2010년 19.2%로 떨어진 반면 진학률은 2001년 40.8%에서 2010년 71.1%로 치솟았다. 전문 기술인 배출을 위해 설립된 학교가 대학 진학 통로로 변질된 것이다. 취업률과 진학률이 역전된 2003년 이후 계속돼온 현상이다.

이는 대학의 입시정책과 밀접하다. 2000년대 중반부터 좋은 직장을 찾지 못하거나 기능직 일자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전문계고 졸업생들을 대학들이 정원 외 특별전형이라는 방법으로 유치에 나섰기 때문이다. 전문계고에 입시 커리큘럼이 짜이고 일부 중학생은 대학에 쉽게 가기 위해 일부러 전문계고에 진학하는 사례까지 생겨났다.

정부도 종래의 전문계고가 본래 취지에서 벗어났다고 보고 2015년까지 400개로 줄이는 대신 이들 학교를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중이다. 이 때문인지 통계에서도 희망적인 요소가 발견됐다. 2009년 취업률 16.7%가 지난해 19.2%로 늘어난 반면 진학률은 73.5%에서 71.1%로 줄었다. 진학률과 취업률의 격차가 좁혀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남은 과제는 학력으로 인한 각종 차별을 없애는 일이다. 무엇보다 좋은 직업교육을 받은 젊은이가 직업인으로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과도한 임금 격차는 반드시 줄여야 한다. 전문계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고질인 교육 문제를 푸는 첫 단추 역할을 할 수 있기에 국민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