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강렬] 입학사정관제
입력 2011-05-10 17:34
서울대가 최근 ‘입학사정관제 안내서’를 공개했다. 두 가지로 요약된다. 진로에 대한 방향과 목적 없이 화려한 특별활동 기록을 가진 학생보다 자아실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학생을 뽑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그래도 중요한 요소는 ‘학업 능력’이라는 것이다. 서울대는 학업을 등한시하고 특별활동만 한 학생은 뽑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 대학에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것은 2007년이다. 미국 대학의 보편적 학생선발 제도인 입학사정관제는 1922년 아이비리그 가운데 하나인 다트머스 대학이 가장 먼저 도입했다. 유대인 이민자 자녀들이 우수한 성적을 바탕으로 대거 미 명문대학에 입학해 주류를 이루자 이들의 독주를 막기 위해 등장했다. 이후 하버드대학을 비롯해 아이비리그 대학이 받아들였고 현재 거의 모든 미 대학들이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미 대학 입학 사정 요소는 무려 14가지다. 학업 요소로 내신(GPA & Ranking), 수학능력시험(SAT & ACT), 도전적 학습기록(Rigor of Secondary School Record)이 있고 비학업적 요소로는 클럽 및 서클활동, 운동, 인턴, 사회봉사, 각종 수상기록이 있다. 이 밖에 자기소개서에 해당하는 대학입학 에세이, 교사 추천서, 학생 자질·능력과 영재성, 그리고 동문자녀, 소수계층 여부 등이 평가 항목이다.
매년 2000여명을 합격시키는 하버드 대학에는 3만명 이상이 지원을 하고 이 가운데 SAT 만점자, 전 학년 전과목 A를 받은 최우수자, 고교 수석졸업자 등 ‘최고 학생’(Premier) 수천명이 낙방을 한다. 입학사정관들은 지원자 80%가 ‘하버드에 합격할 조건을 충분히 갖춘 학생’이라고 말한다. 입학사정관들은 엄청난 지원자 속에서 ‘우리 대학에 맞는 학생’을 찾아낸다. 여기서 지켜지는 한 가지 원칙은 ‘균형’이다. 지역, 인종, 경제여건 등의 균형이다. 1차 심사에서 최우수 학생 일부도 떨어지지만 성적 미달자는 당연히 걸러진다.
꽤 오래전 SAT 만점에 전 학년 A 성적을 받고도 하버드대에서 입학이 거부된 중국계 학생 부모가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법원은 “그 학생은 우리 대학에 맞지 않는다”고 밝힌 하버드대 손을 들어줬다. 대학 자율과 선발 공정성을 신뢰한 판결이다. 우리 대학들도 점차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자율’과 ‘공정’을 담보로 각 대학이 추구하는 인재상과 설립 이념에 맞는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강렬 논설위원 ry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