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빚 탕감해주던 성경 속 ‘희년’ 정신 되살려야
입력 2011-05-10 17:31
가치란 무엇인가 / 짐 월리스 지음, 박세혁 옮김 / IVP
미국발 경제위기 직후 열린 2009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자리였다. CNN은 유명 기업인들을 찾아가 날마다 이렇게 인터뷰했다. “이 위기가 언제 끝날까요?” 그러나 저자는 이 질문이 “이 위기는 우리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사람들이 금융위기 앞에서 경제가 이전처럼 회복되길 바라지만 저자는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들을 회복하고 시민사회가 깨어나 균형 잡힌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불황보다 더 심각한 것은 ‘가치의 위기’다. 도덕과 영성에 기반하지 않은 시장 만능주의는 반기독교적인 동시에 사회 구성원 대다수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민생이 피폐해지는 가운데서도 특혜와 반칙, 부패와 부정, 투기와 탐욕이 횡행하는 한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탁월한 이야기꾼인 짐 월리스는 ‘금융의 위기’가 ‘도덕의 위기’임을 설득력 있게 논증한다.
책이 던지는 물음은 단순하지만 어렵다. “이 위기는 우리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 모든 공동체가 가치의 문제를 놓고 함께 씨름할 때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과거에 우리에게 도움이 되었지만 지금은 잊고 있는 교훈을 재발견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이루어야 할 큰 변화와 배워야 할 교훈은 우리가 간직한 가장 근원적이며 오랜 가치 안에 들어 있다. 어렸을 때 주일학교에서 배웠고, 부모님이 읽어주신 그림책에서 배운 것이다. 이 가치를 ‘새로운 옛 가치’라고 정의한다.”
광부들이 탄광에 들어갈 때 카나리아를 데리고 들어가는 이유는 카나리아는 예민한 호흡기를 갖고 있어 유독한 환경을 광부보다 더 빨리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카나리아는 모든 사회의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상징하며 이들의 행복이 사회의 행복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가난한 이들이 고통받기 시작하면 머지않아 우리 모두가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예수님은 가난한 이들을 착취하는 이들을 꾸짖으셨다. 유월절 무렵 예수님은 성전 뜰에서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사람들과 돈을 바꿔주는 사람들에게 불같이 화를 내시며 상을 엎으셨다. 그 이유는 환전상들의 탐욕 때문이었다. 환전상들이 고리대금업자처럼 환율을 부풀렸고, 상인들은 제물시장을 독점했다. 이는 현대 금융자원의 투기적 이용과 같다. 저자는 현대인들은 쉽게 부를 얻을 수 있다는 거짓 약속을 믿었고, 종교와 하나님까지도 대신하는 시장(市場)의 게임 규칙을 신뢰하게 됐다고 말한다.
저자는 “부자들이 재분배란 말을 거의 욕설처럼 만들어 버렸기 때문에 책임 있는 사람, 특히 정치인 중에서 이 말을 입에 담으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우리가 카나리아를 무시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므로 이제 재분배에 관해 이야기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는 성경이 말하는 희년에 대해 말한다. 모든 빚을 탕감해 주고 노예를 해방시키며 땅을 본래의 주인에게 돌려주고 가정을 회복하게 하는 ‘희년’ 정신이 이 땅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초대교회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이런 식의 재분배가 그들의 정체성을 이루는 핵심 요소였다고 강조한다.
또한 저자는 세계의 기업 지도자들에게 간디가 말한 일곱 가지 ‘사회적 대죄’를 이야기한다. 즉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도덕 없는 상업,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인간애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예배를 말한다.
그리고 심각한 경제위기에 대해 그리스도인, 유대교인, 이슬람인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신앙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해야 하는가? 경제위기의 때에 목회적 돌봄은 어떠해야 하는가? 등의 모든 질문을 논하고 공동체적인 결단을 촉발하게 한다. 또 책 말미에 저자는 ‘변화를 위한 스무 가지 도덕 운동’을 제안해 독자들을 실천의 삶으로 안내한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