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세상에 사랑을 심어 변화시켜야 하는 우리는 은혜로운 도구

입력 2011-05-10 17:33


세상이 외면하는 순간에도 하나님은 너를 사용하신다/맥스 루케이도 지음, 최종훈 옮김/포이에마

갈릴리 시골마을에서 손에 굳은살이 박일 만큼 그물질을 하며 청춘을 물고기 족속에게 바친, 신학적 깊이나 성숙한 성품도 갖고 있지 않던 베드로. 그는 하나님의 위대한 역사를 이어가도록 명받은 인물이라 하기에 허술한 구석이 너무 많다.

뱃길이라면 모를까, 로마 문화나 이집트 정치 체제에 관해서는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를 것이다. 안드레, 야고보, 나다니엘… 그의 친구들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이들은 온 세상을 변화시킨 예수님의 증인으로 평생을 살았다.

하나님이 주신 사명 앞에서 “이렇게 보잘것없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한 발 물러나는 이들에게 맥스 루케이도는 “예수님의 제자는 스펙과 거리가 먼 ‘어부’ 또는 ‘세리’였지만 하나님은 그들을 사용해 세상을 변화시켰다”고 말한다.

예루살렘에 모였던 제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다. 하나님은 이렇게 보잘것없는 우리를 사용하실까? 두말하면 잔소리다. 저자는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해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해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시는”(고전1:27)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며 평범한 우리를 들어 놀라운 일을 만들어내실 하나님을 기대하게 한다.

저자는 자신의 세계를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던 세 가지 질문을 독자들에게 그대로 한다. 첫 번째 질문은 “당신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크리스천이었다면, 히틀러에게 저항했을 것 같습니까?”, 두 번째 질문은 “시민권운동이 치열하게 벌어질 무렵의 미국 남부에 살았다면, 인종차별에 맞서 싸웠을 거라고 자신합니까?”였다. 저자는 두 질문은 솔직히 불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가정해 보자는 얘기일 뿐이니 꺼릴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17억5000만명에 이르는 인구가 절대 빈곤에 시달리며 그 가운데 10억명은 끼니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시대에 살았다는 걸 손자들이 알게 된다면, 그 문제에 대한 당신의 반응을 어떻게 평가하리라고 생각합니까?”란 세 번째 질문은 밤새 씨름해도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다른 시대, 다른 세대의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하나님께서 평범한 삶을 들어 쓰셔서 세상에 특별한 은총을 전하신다는 놀라운 사실을 각인시키고 모든 크리스천이 바로 나를 통해 그 일을 하실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어 현 시대에서 베드로의 뒤를 이어 살고 있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욕창 때문에 고생하는 중증 환자의 일회용 패드를 만드는 여든 살의 꼬부랑 할머니,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들의 옷을 지어주는 장애인, 물 부족 국가의 아이들을 위해 게임기 살 돈을 모으고 있는 여섯 살 꼬마아이들은 모두 이 땅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임을 강조한다. 하나님은 이 평범한 이들과 손을 잡고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한 생명을 건지는 자 온 세상을 살게 하리라’는 탈무드의 격언은 대단한 인물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저자는 저마다 세상에서 감당해야 할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보길 요구한다. 저자는 사도행전 속 인물과 초대교회의 모습을 통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가장 중요한 사명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그것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보살피는 것이고, 그들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것이며, 교회를 세운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한다. 저자만의 따뜻한 말하기 방식으로 어쩌면 외면하고 싶었던 사실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세상을 선하게 바꿀 소명과 열정을 크리스천들의 마음에 심어준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누누이 강조했던 것은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이었다. 예수님의 이웃은 힘없고 병약하고 미천한 사람들이었다. 주님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그들과 친구하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에 쌓아온 편견의 담을 허물고 그들에게 손 내미는 것이 하나님이 가장 좋아하실 일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들에게 어떤 이들에게 가장 마음이 쓰이는지 묻는다. 하나님은 자녀들에게 똑같은 짐을 맡기지 않기 때문에 각자에게 마음 끌리는 대상이 있다고 말한다. 노숙자를 만날 때, 빈민촌을 지날 때, 성매매 여성에 대한 정보를 들었을 때 등 마음이 찢어지고 심장이 쿵쾅거리는 대상이 있다면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기를 권면한다. 하나님은 세상을 밝히는 횃불로 당신을 사용하신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