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김정일 초청]김정일, 어떤 반응 보일까…DJ·盧 때도 서울 답방 거절, 가능성 적어

입력 2011-05-10 00:16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내년 봄 핵안보정상회의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하는 제안을 내놨지만, 현재로선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가능성을 높게 예측하는 대북 전문가가 많지 않다.

우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다자회의에 참석했던 전례가 없다. ‘은둔형’인 김 위원장이 50여개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핵안보정상회의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셈이다. 김 위원장이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들에 둘러싸여 민감한 핵문제에 대한 각국 정상들의 문제 제기를 버텨내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북한의 국내 정치상황도 여의치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내년을 강성대국 진입의 해로 설정해 놓고 있다. 후계 세습 정착에도 매우 중요한 해”라면서 “남측이 제의한 다자 정상회의에 참석할 여력이 없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남북간 신뢰가 쌓여 있지 않다. 지난 2월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다룰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의 일정과 의제를 설정하는 실무회담마저도 신뢰 부족으로 무산된 바 있다. 물론 2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는 내년 4월까지 1년 가까운 시간이 남아 있다. 그러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충분한 시간은 아니다. 게다가 남북이 비핵화는 물론 천안함·연평도 사건 책임 공방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더욱이 이 대통령은 초청 제안을 하면서 “북한이 국제사회와 비핵화에 대해 확고히 합의할 경우”라고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과 실질적인 비핵화 회담을 진행해 본 적이 없다. 핵 문제는 자신들의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철저하게 미국과 협상할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설사 남북 간에 협상이 잘 돼 분위기가 무르익더라도 김 위원장의 서울행에는 경호와 건강상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김 위원장이 위험을 감수할지 미지수다.

북한은 이번 이 대통령의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할 수도 있지만, 시간을 가지고 남측의 진의를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올해 초부터 대남 대화공세를 이어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8일에는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 입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원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은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이 대통령의 제의로 인해 남북정상회담 논의에 탄력이 붙을 수는 있다. 남북은 2009년 10월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싱가포르 비밀접촉을 통해 정상회담 장소와 시기 등에서 상당수준까지 의견 접근을 이뤘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