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폭락에… 원자재 펀드 자금 ‘썰물’… 1주일 새 304억원 유출

입력 2011-05-09 18:33

연초부터 수익률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원자재 펀드들이 조정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원유와 금·은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국내외 원자재 펀드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격 급락이 계속되진 않을 거라며 당분간 추이를 지켜볼 것을 권했다.

9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6일까지 1주일간 국내 원자재 펀드 258개의 자금 순유출 규모는 304억원(상장지수펀드(ETF) 제외)에 달했다. 평균 수익률은 -1.96%로 나타났다. 최근 6개월간의 수익률 6.68%에서 크게 낮아졌다.

최근 1주일 새 5% 이상 손실을 입은 펀드도 속속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도이치자산운용의 한 원자재펀드 순유출 규모는 212억원에 달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원자재 펀드의 상황은 비슷하다. 글로벌 펀드리서치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EPFR) 통계를 보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4일까지 1주일간 원자재 펀드에서 14억7000만 달러가 빠져 나갔다. 글로벌 원자재 펀드 시장은 지난달에는 9억6100만 달러의 자금 순유입을 기록했었다. 연초 후 8.43%를 기록하던 수익률은 최근 1주일간 -1.36%로 떨어졌다.

원자재 시장에 투자한 글로벌 헤지펀드들도 큰 손실을 입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세계 최대 원자재 투자 헤지펀드인 ‘클라이브 캐피탈’이 지난주 유가 급락으로 4억 달러(433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보도했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클라이브 캐피탈은 애스턴백 캐피탈과 함께 원자재 시장에 투자하는 가장 큰 규모의 헤지펀드다.

이 회사는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이후 알카에다의 보복 테러 가능성 등으로 원유 가격이 15% 가까이 하락하면서 손실을 입었다. FT는 “아무리 숙련된 투자자라 하더라도 이번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피해를 봤을 것임은 명약관화하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고객에게 편지를 보내 “이번 유가 급락은 매우 예외적인 현상”이라며 “원유 시장이 전멸한 것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원자재 펀드를 유지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급등했던 가격이 제자리를 찾는 과정일 뿐 펀더멘털 등 본질적인 요소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현대증권 최정원 연구원은 “리비아 사태 불안 등으로 단기 급등했던 원자재 가격의 부담감이 해소되는 중”이라며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추가적인 급락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양종금증권 백지애 연구원은 “자산의 10% 이내를 투자한다면 원자재 펀드에 대해서는 장기 보유를 권한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