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 이렇게 해보세요” 모범적 재판 동영상 240여개 내부전산망에 올려

입력 2011-05-09 18:34


“피고인의 권고형량은 징역 6개월 내지 2년 이하에 해당됩니다. 피고인은 30년 가까이 교직에 있었고 금고형 이상의 선고를 받게 될 경우 교직을 상실할 것으로 보이지만 벌금형으로 가벼운 처벌을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주문. 피고 김○○을 징역 8개월 및 벌금 50만원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의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지난해 11월 19일, 대전지법 A판사가 사기 및 횡령죄로 기소된 D정보과학고 교사 김모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는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 중 일부다. A판사는 피고인에게 양형기준을 상세히 설명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대법원은 최근 전국 법원의 모범적인 형사재판 동영상을 촬영해 법원 내부 전산망에 게시했다. 모범적인 재판 동영상을 동료, 선후배 판사들이 보고 재판 진행에 참고하라는 취지다. 대법원이 실제 재판 동영상을 제한적으로나마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촬영은 전국 14개 지방법원·지원 소속 86개 재판부의 동의를 얻어 지난해 11∼12월 이뤄졌다. 편집한 동영상은 지난 3월부터 형사법연구회 소속 판사 500여명에게 공개됐다.

동영상은 10분 이내 분량으로 모두 240여개가 올라와 있다. 재판부 별로 합의부와 단독, 항소, 국민참여재판 등으로 구분돼 있다. 절차상으로도 모두(冒頭)절차와 증인신문, 증거조사, 피고인신문, 선고, 법정구속 등으로 나뉘어 있다. 피고인이 외국인일 경우 통역인을 신문하는 과정도 포함됐다.

대법원은 당초 외부에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피고인과 변호인, 검사 등의 초상권 문제 등을 고려해 내부 교육용으로만 활용키로 했다. 동영상 파일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어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동영상 촬영 및 편집 작업을 주도한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방태경 판사는 9일 “신임 판사나 오랜만에 형사재판에 복귀한 판사는 재판 진행의 감을 잡기가 어렵다”면서 “주위에서 도움이 됐다는 얘기를 많이 들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