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전문계高’… 취업률 19%로 뚝↓ 진학률 71%로 쑥↑

입력 2011-05-09 21:27


서울 S고는 전문계 고등학교지만 보충수업으로 국어 영어 수학을 가르친다. 졸업 후 취업이 아닌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많아 국·영·수 공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9일 “보충수업을 국·영·수 중심으로 성적순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며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를 위해 반강제적인 자율학습도 하고 있다. 대다수 전문계고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전문계고(특성화고 국립전문계고 마이스터고 등)의 취업률이 지난 10년간 20%대로 떨어진 반면 대학진학률은 70%대까지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 기술인 배출을 위한 전문계고가 대학 진학의 통로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통계로 확인된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공개한 ‘2010년 전문계 고등학교 현황’에 따르면 2001년 54.7%였던 전문계고 취업률은 2010년 19.2%로 급락했다. 반면 진학률은 2001년 40.8%에서 2010년 71.1%로 급등했다. 2003년 처음 진학률(52.7%)이 취업률(44.4%)을 역전한 뒤 이런 경향은 계속됐다. 2009년에는 취업률이 16.7%까지 떨어지고 진학률은 73.5%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 취업률 19.2%, 진학률 71.1%로 다소 완화됐다. 교과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과 연계하는 마이스터고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 1회 졸업생이 나오지 않았다.

교육계에서는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전문계고 대입 특별전형 확대, 대졸과 고졸의 고질적인 임금격차 등 을 꼽고 있다.

전문계고 특별전형은 대학들이 2000년대 중반부터 신입생 유치를 위해 정원 외로 학생을 모집하면서 시작됐다. 좋은 일자리를 찾기 힘든 전문계고 졸업생이 4년제 대학이나 전문대로 방향을 돌리자 대학들은 이를 신입생 유치 전략으로 활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별전형은 전문계고 학생에게 문호를 개방해 대학에서 다양한 특기를 발휘하도록 하자는 원래 취지와 달리 주요 대학을 ‘쉽게’ 입학하는 통로로 변질됐다. 특히 서울시내 주요 사립대는 전문계고 특별전형에도 수능 성적을 반영하고,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계고 학생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국·영·수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김성진 실업위원장은 “전문계고 특별전형 도입 당시 전문계고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며 “고졸자가 취업할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데다 취업하더라도 대졸자와의 임금격차 때문에 다시 진학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