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동’ 고수냐 광폭행보냐… 상대적 우군 많아진 박근혜 전 대표

입력 2011-05-09 21:39

유럽 특사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다음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4·27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주류 세력이 물러나고 당 쇄신을 요구하는 소장파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박 전 대표의 활동 공간도 상대적으로 넓어졌기 때문이다.

일단 박 전 대표는 당 운영과 관련해 ‘사태’를 지켜볼 것이라는 게 측근 의원들의 전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중심이고 박 전 대표는 조용히 있는 것이 이 대통령을 돕는 것이라는 기존의 정치적 스탠스에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당장 7월 전당대회에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며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당권을 잡기 위해 집단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 영남권의 중진 의원은 9일 “한두 사람이 개인적으로 전대에 나설 수는 있겠지만 친박계가 당권을 잡겠다며 집단적으로 누구를 밀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나 친박계가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황우여 원내대표와 전대에서 선출될 새 지도부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당장 특강 등 대선주자로서의 행보를 서둘러 시작하진 않을 것”이라며 “황 원내대표처럼 우호적인 새 지도부가 꾸려져서 당 운영과 관련된 현안에 대해 박 전 대표의 의견을 물으면 박 전 대표가 자신의 견해를 밝히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핵심 의원은 “이른바 ‘유럽 구상’에 대해 박 전 대표가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폭넓은 포용 행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당내 긴장감을 고조시키기보다 한나라당이라는 지붕 아래 우호적인 세력이 늘어날 수 있도록 계파를 아우르는 광폭 행보를 할 것이란 얘기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박 전 대표가 자연스럽게 선거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의원들이 현재 당 상황이 친이계에서 친박계로 권력이 넘어온 것처럼 비쳐지는 것을 경계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의 유럽 순방 이후 이뤄질 두 사람의 회동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 간에 대립각을 세울 만한 현안이 없기 때문에 이번 만남은 지난해 8월 회동 이후 유지되고 있는 ‘협력 관계’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 높다. 이 경우 박 전 대표의 행보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