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파 “비대위 바꿔” 당권 목표 ‘2차 권력투쟁’… 격화되는 與 주도권 싸움

입력 2011-05-09 21:40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 파열음이 가시지 않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에 이어 당권을 놓고 벌이는 2차 권력투쟁 성격이 짙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9일 “당헌 30조를 보면 당 대표가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원내대표가 직무를 대행하도록 돼 있다”며 “사무처가 유권해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 지도부가 선출될 때까지 자신이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지난 7일 안상수 전 대표 주재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 역할을 하도록 한 것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는 비대위 역할도 “전당대회 준비 업무 외에 당 쇄신의 기운을 불어넣어 줘야 한다”며 “비대위의 추가 기능으로 ‘쇄신업무’를 부여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장파들도 비록 계파색은 옅지만 친이명박계인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비대위원장에 선정된 데 불만을 드러내며, 황 원내대표가 중심이 돼 비대위를 재구성하고 의원총회 추인을 받을 것을 재차 요구했다.

그러자 정 국회부의장은 성명을 내고 “비대위가 제대로 활동하기 위해선 명실상부하게 최고위원회 대행기구로서의 권한과 역할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줘야 한다”며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11일 의원총회에서 최고위원회의가 (비대위와 관련해) 결정한 사항을 추인 받을 것”이라며 “다만 비대위 구성상 절차 문제는 수정·보완할 게 있다면 의총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이계 주류 측에선 황 원내대표와 소장파의 반발이 당권을 장악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비대위 활동을 통해 전 당원 투표제를 도입하고, 대표·최고위원 분리 선출을 관철한 뒤 소장파 간 미니 경선 등을 통해 뽑은 젊은 후보를 당권에 도전시킨다는 시나리오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장파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가 회원을 40명으로 늘리며 몸집을 불리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소장파 당권주자 중 한 명인 나경원 의원이 주도한 완전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도 본격적인 입법 절차에 돌입했다. 정당이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발의에 한나라당 의원 142명이 서명했다.

소장파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이에 대한 반발도 서서히 표면화되고 있다. 홍준표 전 최고위원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당이 더 이상 혼란 상태로 가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좀 더 자중하고 양보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풍토를 고양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장파에 제동을 걸었다. 따라서 코너에 몰린 친이계가 현재는 침묵하고 있지만, 일정 시점에서는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비대위 구성 논의를 위해 이날 예정됐던 황 원내대표와 정 부의장 간 회동은 불발됐다. 정 부의장의 회동 요청에 황 원내대표가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