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KB지주 “우리금융 인수 안한다”

입력 2011-05-09 18:18


최근 금융당국 주도로 다시 바람몰이에 나선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에 인수 후보로 거론된 금융지주사들이 손사래를 치고 있다. 금융당국은 여러 차례 신한금융과 KB금융이 우리금융 인수전에 참여하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에둘러 표현했지만 양대 지주사 회장들은 “어렵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주도하는 ‘산은지주+우리금융’ 합병안에 민간 금융지주 회장들이 들러리 서기 싫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 인수 안한다”=김석동 금융위원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금융 인수 시) 누구는 안 되고, 누구는 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문을 열어놓고 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 금융지주 회장들은 일제히 우리금융 인수 불가 방침을 밝혔다.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조흥은행, LG카드 등 대형 기업을 인수하면서 약 4조원을 차입했는데 이를 상환할 때까지는 추가 인수합병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면서 “우리금융을 인수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조흥은행 인수 당시 차입금은 전액 상환했다. 그러나 LG카드 인수 관련 2007년 발행한 상환우선주(기간 만료 시 발행회사가 되사야 하는 주식) 3조7500억여원이 남아 있는데 신한금융은 이를 내년 1월 전액 상환할 예정이다. 한 회장은 “시기적으로 우리금융 민영화보다 우선주 상환 시기가 늦다”면서 “이를 처리하기 전까지는 추가 인수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위 관계자를 인용, 신한금융이 우리금융 인수에 참여할 것이라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누구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우리금융 인수 안한다”고 강조했다.

어윤대 KB금융회장도 이날 “철저하게 주주 입장에서 우리금융 인수가 옳은 결정인지를 봐야 한다”면서 “외국인 주주는 KB금융과 우리금융이 합친 것에 대해 투자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해 우리금융 인수는 아직 검토도 안하고 있다”면서 “다만 우리투자증권은 가져올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강만수’ 합작품 불쾌감=금융권에서는 양대 지주 회장의 발언을 강 회장과 금융당국에 대한 불쾌감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 고위관계자는 “‘왕 회장’인 강 회장과 금융당국이 산은지주와 우리금융을 합병하는 시나리오를 그려놓고 민간 금융지주를 들러리 세운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저축은행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 처리 부담을 지운 데 이어 금융당국이 우리금융 인수까지 언급하는 것은 과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신한·KB금융·하나금융 등은 지난해부터 우리금융 민영화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었다. 결국 우리금융은 독자 민영화를 추진하다 지난해 12월 이마저 좌초됐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민영화 작업 재개를 앞두고 민간 금융지주사를 형식적인 ‘들러리’로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면에는 산은지주가 단독 입찰할 경우 불거질 수 있는 ‘강 회장 특혜설’을 우려해 일부러 판을 키우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