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비리 묵인 금감원 간부 체포… 뇌물 수수 등 행위 속속 드러나
입력 2011-05-09 21:37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부산저축은행 불법 행위를 눈감아 주고 거액을 받아 챙긴 금융감독원 현직 간부를 9일 전격 체포했다. ‘금융 검찰’로 불리며 금융업계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온 금감원 관계자들이 뇌물 수수부터 불법대출 알선, 관련기관에 대한 압력 행사까지 숱한 부당 행위를 저지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금감원에 대한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돈 받고 저축은행 부실 눈감아=검찰은 금감원 대전지원 팀장(2급) 이모(54)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했다. 이씨는 2009년 3월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현장검사에서 저축은행의 불법 행위를 파악했지만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고 이를 묵인해 준 혐의다. 앞서 감사원은 부산저축은행 검사반장을 맡았던 이씨가 2400여억원의 부당 자산건전성 분류를 적발하지 않고 대주주에 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도 부실 검사를 했다는 사실을 확인, 금감원에 징계를 요구했다.
검찰은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을 받아 체포한 뒤 구체적 사실관계를 추궁하고 있다”며 “뇌물 규모는 계속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유사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금감원 저축은행서비스국(현 저축은행검사 1·2국) 소속 직원 대부분이 검찰의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금감원이 부산저축은행그룹 5개 계열사에 대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20차례 검사를 벌이고도 별다른 적발을 하지 않은 배경을 특히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 직원 전화 한 통이면 OK=대검 중수부는 이와 함께 부산저축은행의 불법대출을 알선해 주고 80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로 금감원 부산지원 수석조사역(3급) 최모(51)씨를 구속기소했다.
최씨는 2009년 4월 고교 동창의 동생인 송모씨로부터 “아파트 부지를 매입해야 하는데 부산저축은행이 빨리 대출을 해 주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부산저축은행 감사 강모(59)씨에게 전화를 걸어 “대출이 가능한지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화를 받은 부산저축은행과 부산2저축은행은 대출 신청자의 사업부지 담보가치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다음달 각각 120억원, 100억원을 대출해 줬다. 강 감사는 검찰에서 “금감원 현직 간부의 대출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같은 해 6월 부산 한 빌딩 주차장에서 사례금 명목으로 6000만원을 받았다. 최씨는 지난해 1월 송씨에게서 2000만원을 받고 예금보험공사의 신탁사 변경 업무를 처리해 준 혐의도 받고 있다. 역시 예보에 전화 한통을 걸어 청탁을 해결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