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장 2곳 중 1곳 물갈이 시작… 현정부 마지막 인선 예상

입력 2011-05-09 21:30


공기업 기관장들의 본격적인 물갈이 인사가 시작됐다. 공기업 2곳 중 1곳 정도가 연내에 임기가 만료되는 데다 이번이 사실상 현 정부의 마지막 공기업 인선이 될 거라는 점에서 정치권 및 주요 부처에서는 벌써부터 ‘줄대기’ ‘낙하산’ 인사 조짐을 예고하고 있다.

◇공공기관장 ‘절반’ 물갈이=9일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297개 공기업 기관장 가운데 연내 임기가 끝나는 기관장은 총 135명(47.2%)에 달한다. 다음달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에만 72곳 기관장이 임기를 마친다.

특히 정치인 출신 기관장 등은 내년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임기 만료 전에 중도 사퇴하는 경우도 있다. 임인배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은 오는 10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이달 중 사퇴할 예정이다. 임 사장은 내년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달 청와대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이이재 광해관리공단 사장도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달 사퇴했다.

이 밖에 오는 9월 임기가 끝나는 유창무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은 최근 발생한 조선업계 부실대출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힌 상태다. 최영 전 강원랜드 사장은 건설현장식당 비리 사건에 연루돼 구속기소되면서 지난 3월 중도 사퇴했다. 이들 공기업은 현재 후임 인선을 위한 공모절차가 진행 중이다.

◇‘단임교체’ 원칙…‘줄대기’ 극심 예고=지난달 말 국토해양부 산하 공기업인 A공사는 기관장인 K사장이 참석하는 기자간담회 자리를 불쑥 마련했다. K사장은 올 하반기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자신의 업무 성과를 줄줄이 나열했다. 한 임원은 “사장님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 여부를 포함해서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드시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일부 공기업의 경우, 기관장 명의의 기고문 게재를 위해 언론사 이곳저곳에 요청하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한다.

부처 가운데 가장 많은 산하 공기업을 두고 있는 지식경제부 산하 한 공기업 관계자는 “임기가 끝나갈 때쯤이면 기관장들마다 자신의 업무 성과와 경영 평가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본인들의 향후 입지나 활동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높은 경영평가를 받은 기관에서는 현직 기관장의 연임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인사를 앞두고 소문이 무성하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 임기가 끝나는 기관장들의 연임은 사실상 힘들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많다. 지경부 관계자는 “현 정부의 기관장 인선 원칙은 ‘단임 교체’”라며 “사실상 현 정부의 마지막 공기업 기관장 인사가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 정부 출범 과정에 참여했거나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공기업 사장단 인사는 예년처럼 정치권이나 관료 출신을 중심으로 낙하산 인사가 되지 않겠느냐”면서 “임직원들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인데, 기왕 낙하산 인사라면 되도록 ‘실세’가 오면 좋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