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로 흐르는 얄궂은 공… 벌타 모면 글로버, 가까스로 우승챙겨
입력 2011-05-09 18:01
볼이 저절로 움직여 벌타를 받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루카스 글로버(미국)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가까스로 이 벌타 규정을 모면하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글로버는 9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 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 경기 중 18번 홀(파4)에서 자신의 볼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1타 차로 단독 선두를 달리던 글로버는 티샷한 볼이 페어웨이 왼쪽 급경사 면에 떨어졌고, 두 번째 샷을 준비하던 중 볼이 경사면을 타고 스르르 굴러 내려간 것이다. 글로버가 어드레스 자세를 취했다면 골프규칙 18-2조 b항에 따라 1벌타를 받아야 했지만 글로버의 골프 클럽은 다행히 지면에 닿지 않은 것으로 인정돼 벌타를 면했다. 골프규칙 2장에는 플레이어가 스탠스를 취하고 클럽을 땅에 댔을 때 어드레스한 것으로 규정돼 있다.
글로버는 벌타를 모면한 덕에 결국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조너선 버드(미국)와 동타를 이룬 뒤 18번 홀에서 치러진 연장 첫 번째 홀에서 파를 잡아 보기에 그친 버드를 꺾고 PGA 투어 통산 3승을 기록했다.
최근 들어 볼이 중력이나 바람에 의해 저절로 움직이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주 PGA 투어 취리히 클래식에서는 웹 심슨(미국)이 퍼트를 하기 위해 어드레스 자세를 취하다 볼이 저절로 움직이는 바람에 1벌타를 받아 연장전으로 끌려 들어가 결국 우승을 놓치고 말았다. 국내 대회에서도 김대현(23·하이트)이 8일 열린 매경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이 벌타 규정의 희생자가 됐다. 김대현은 이날 14번홀(파5) 그린에서 볼이 저절로 움직이는 바람에 1벌타를 받고 더블보기로 홀아웃하며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최근 이런 사례가 잇따르자 미국골프협회(USGA)는 “바람이나 중력의 영향으로 공이 움직일 경우 벌타를 부과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규칙 개정을 시사했다.
김준동 기자